文化ライフ 오페라 살로메 2014/05/05 20:41 by 오오카미


올해로 5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는 다섯 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그 중 스타트를 끊은 오페라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독일 오페라 살로메(Salome)였다.



5월의 연휴가 시작된 주말 오페라 살로메를 관람하러 예술의전당에 다녀왔다.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들어서니 올해의 오페라 페스티벌 출품작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먼저 눈에 띄었다.



희대의 팜므파탈이라 할 수 있는 살로메.
이번 공연의 포스터는 뇌쇄적인 매력의 살로메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오페라 살로메는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성인오페라다.



오페라 살로메는 서울필하모닉이 오케스트라를 담당했고
지휘는 마우리지오 꼴라산티, 연출에 마우리지오 디 마띠아였다.
주요캐스팅으로는 살로메 역에 소프라노 카티아 비어, 요한 역에 바리톤 오승용,
헤롯왕 역에 테너 이재욱, 헤로디아스 역에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나라보트 역에 테너 강동명이었다.



오후 5시 공연의 막이 오르기 전에
진도 여객선 희생자를 추모하는 오케스트라의 서곡이 연주되었다.
서울필하모닉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귄트 제1조곡(모음곡) 중 오제의 죽음을 추모곡으로 선곡했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먼저 등장한 인물은 해설을 맡은 장일범 교수였고
약 10분간에 걸쳐서 오페라 살로메에 대한 해설이 진행되었다.
살로메는 히브리어로 평화를 의미한다, 모차르트를 동경했던 슈트라우스는
마술피리의 영향을 받아 이 작품 속에서 마술피리처럼 3이라는 숫자를 강조했다 등
오페라 살로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설 후 본공연이 시작되었고 서곡과 해설을 포함하여 총 공연시간은 2시간 10분이었다.



리즈 린드스톰(Lise Lindstrom)이 살로메를 연기했던 2012년 샌디에고 공연 사진.
관련영상은 포스트 하단에 첨부. 


왕궁의 경비대장 나라보트가 살로메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노래로 시작되는
오페라 살로메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시간적 배경은 기원전 1세기. 공간적 배경은 연회가 열리고 있는 유대왕의 궁전. 
의붓아버지인 헤롯왕의 추파에 넌덜머리가 난 16세의 공주 살로메는 연회장을 빠져나와 정원을 산책한다.
경비대장 나라보트는 달빛이 비추는 정원을 산책하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해버린다. 
공주를 바라보지 말라는 시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라보트는 공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산책을 하던 살로메의 귓가에 죄인은 회개하라고 외치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새로운 메시아가 출현할 거라고 예언하여 민중을 선동한다는 죄목으로 왕궁에 잡혀와 
우물 감옥에 갇혀있는 세례 요한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말한 죄인이란 왕을 시해하고 왕의 이복형제인 헤롯과 재혼한 왕비 헤로디아스를 가리킨다.
호기심이 발동한 살로메는 나라보트에게 요한을 꺼내오라고 지시한다.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 요한에게 살로메는 단번에 반해버린다.
살로메는 요한을 향하여 간절하게 구애한다.
"당신의 하얀 피부를 만지고 싶어요."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싶어요."
"당신의 붉은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요."
그러나 요한은 살로메의 세 차례의 유혹을 모두 단호하게 거절한다.
저주받은 소돔의 딸이여 앞으로 오실 그 분에게 구원을 받으라는 말을 남긴 채 감옥으로 돌아가는 요한.
한편 자신이 흠모하는 살로메가 다른 남자에게 구애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나라보트는 자살한다.
궁정 안까지 요한의 외침이 들려오자 왕비 헤로디아스는 요한을 처형할 것을 왕에게 간청하지만 
헤롯은 선지자 엘리야의 현신인 요한을 처형하면 재앙이 따를 것이라며 거부한다.
연회장으로 돌아온 살로메에게 헤롯왕은 자신을 위해 춤을 춰 달라고 부탁하나 그녀는 거절한다.
춤을 보여주면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겠다는 헤롯의 세 번째 부탁에서야 살로메는 일어선다.
살로메는 헤롯왕 앞에서 일곱 개의 베일을 하나씩 벗는 일곱 베일의 춤을 선보인다.
흡족해하는 헤롯이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자 살로메는 요한의 목을 달라고 대답한다.
헤롯은 그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으니 대신 공작새, 보석, 나라의 반을 주겠다고 구슬리나
끝내 살로메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헤롯은 요한의 처형을 명한다. 
병사에게서 요한의 목을 건네받은 살로메는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쓰다듬고 입술에 키스한다.
요한의 목을 끌어안고서 행복에 겨워하는 살로메의 모습에 한기를 느낀 헤롯왕은 살로메의 처형을 명한다.



오페라가 주로 이태리어로 노래된다는 점 때문에
오페라를 관람할 때 가장 큰 애로점은 바로 언어장벽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이번에 관람한 살로메는 독일 오페라이므로 독일어로 노래되지만
노랫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무대와 무대 위에 설치된 자막판을 번갈아 응시해야 했으므로 무대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오페라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노래한다면 객석의 반응도 더 좋아질 거란 생각을 해봤다.
가까운 미래의 언젠가에는 특수안경을 착용하면 안경 표면에 자막이 뜬다든가
안경 자체에 줌 기능이 설치되어 오페라글라스 없이도 무대를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만.

이번에 관람한 오페라 살로메는 기대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무대였다. 
우선 시간적 배경이 원작과는 달랐다. 
연출가는 무대를 미래의 언젠가로 설정하였고 오토바이와 총이라는 근현대적 소품을 등장시킴으로써 
나름대로 세기말,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 것 같았으나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연출은 살로메의 춤이었다.
살로메가 베일을 한 겹씩 벗으며 헤롯왕과 객석의 남심을 자극하는
일곱 베일의 춤은 오페라 살로메의 절정이라 손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선 살로메의 매혹적인 춤은 없었다.
일곱 베일의 춤이 연주되는 동안 무대 위에서 춤을 춘 것은 살로메가 아니라
일곱 개의 베일을 대체한 일곱 명의 무희였다.
이 중 네 명의 무희가 연주가 끝나는 순간에 드레스를 벗어버리고 전라가 됨으로써
이 선정적이고 유명한 춤의 명목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연주 후반부에서야 무대에 등장한 살로메 역의 카티아도 드레스를 벗어내리고 속옷 차림이 되긴 하지만
살로메가 아닌 여러 명의 무희가 일관성도 없이 추는 일곱 베일의 막춤에선
이 춤의 명성에 걸맞는 흡인력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아울러 살로메의 춤을 국내 걸그룹의 안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무가가 만들어낸다면 
이성을 유혹하는 매력 넘치는 살로메 댄스가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은 노래 없이 춤만으로 연기가 이루어지는 장면이므로
성악가가 소화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는 대목이기에
원작자인 슈트라우스가 살로메 역의 소프라노가 일곱 베일의 춤도 출 것을 요구했음에도
이 장면에서만 소프라노를 대신하여 댄서가 살로메를 연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살로메 역의 소프라노 중에는 춤 역시도 직접 소화해냈고 
일곱 베일의 춤을 끝낸 후 무대 위에서 전라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살로메로서의 명성을 얻은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공연에서 살로메를 연기한 카티아 비어의 살로메 공연 영상을 찾아보니
얼마든지 관능적인 살로메를 연기할 수 있었을 텐데
무희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으니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의 노래는 괜찮았다고 생각하나 연출면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살로메였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살로메가 요한을 유혹하는 대목이었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계단을 내려오며 살로메는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요한은 거절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둘의 행동은 대사와는 정반대였다. 
요한은 살로메를 거부하겠다고 우렁차게 노래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살로메를 어루만졌고 쓰다듬었고 그녀에게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요한은 실체가 아니라, 살로메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과도 같았다.
신체가 구속되어 있어야 할 요한이 하얀 양복저고리를 걸치고 은색 바지를 입고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자유로이 무대를 오가며 살로메를 농락하는 모습에서 
이미 요한은 살로메가 범접할 수도 없는,
따라서 현실에서가 아니라 그녀의 상상 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존재로 승화되어 있었다.
무대 위에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와
후반부에 잘려진 채 등장하는 목만이 요한의 실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요한과 관련된 연출만큼은 무척 참신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대극장 오페라로서는 무대장치의 변화도 없는 조촐한 구성이었고
임팩트가 약한, 네 명의 무희가 누드가 되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임팩트가 강한 살로메의 춤과
시간적 배경의 어색한 설정 등 아쉬움이 남는 살로메였으나
서울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훌륭했다.





카티아 비어(Katja Beer)가 살로메를 연기했던 2008년 필젠 공연 영상.



나자 미카엘(Nadja Michael)이 살로메를 연기했던 2009년 샌프란시스코 공연 사진.
인터뷰 영상은 포스트 하단에 첨부.





캐서린 말피타노(Catherine Malfitano)가 살로메를 연기했던 1990년 베를린 공연 영상.
소프라노 말피타노는 춤까지 열정적으로 소화해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춤을 마무리한다.







커튼콜 후 공연장 로비에서 사인회가 열렸다.



현장에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사진으로 살펴보니
테이블 위의 이름표의 글씨 너무하단 생각이 든다.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고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거늘.



주인공 살로메 역의 카티아 비어.





연출하기에 따라서 같은 내용이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오페라 살로메였다.




San Diego Opera Spotlight: Salome




Nadja Michael - In Touch with Salome - from San Francisco Opera

리즈 린드스톰과 나자 미카엘의 살로메에선 하인들이 준비하고 있는 일곱 색깔의 베일을
살로메가 한 장씩 들고 나와서 춤을 추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네이버캐스트 - 살로메





덧글

  • 준짱 2014/05/09 17:45 # 삭제 답글

    사실 난 공짜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아리가또~
    바빠서 사진 정리를 아직도 못했다. 미안쿠나. 곧 보내마.^^
  • 오오카미 2014/05/10 01:52 #

    원고 마감이 먼저니까 신경 쓸 것 없다.
    좋은 공연도 많고 날씨도 좋고 봄을 만끽하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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