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2014/03/23 00:58 by 오오카미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The History Boys)는 2004년에 영국에서 초연되었다.
2005년에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연극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고새연극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토니상 최고연극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역사소년들이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품 속에는 배경이 되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대전 등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원작자인 영국의 극작가 앨런 베넷(Alan Bennett)은 옥스포드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역사에 관해 박학다식한 지식적 토대가 있었기에 이런 명품연극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개관했던 날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를 관람했다.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제작, 김태형 연출의 히스토리 보이즈는
2013년 3월의 초연에 이어서 올해 다시 막을 올렸고 4월 20일까지 상연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올해 9월에 초연될 거라 하니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핫한 작품이라 하겠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을 살펴보면 교사진으로는
어윈 역에 이명행, 헥터 역에 최용민, 교장 역에 오대석, 린톳 역에 추정화 배우가 출연했고
옥스브리지(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 입학을 목표로 하는 특별반 학생진을 연기한 배우들은
스크립스 역에 안재영, 데이킨 역에 박은석, 포스너 역에 윤나무,
럿지 역에 임준식, 크라우더 역에 이형훈, 악타 역에 손성민, 팀스 역에 황호진, 락우드 역에 오정택이었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공연시간은 1부 85분, 인터미션 15분, 2부 90분이다.
총 3시간이 넘는 작품이지만 지루함 따위 느낄 새도 없이 무대에 몰입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연극이었다.
무대의 활용에 있어서도 다이내믹함을 보여주었다.
칠판의 상단부는 배우들이 불어로 연기할 때 자막이 비춰지는 스크린 역할을 했고
칠판의 하단부는 개폐가 가능하여 교실 밖 운동장이나 야외장면을 연출할 때 창문 역할을 수행했다.

연극의 무대는 1983년 영국 셰필드의 한 고등학교다.
학교 교장은 자신의 약력을 빛내줄 업적을 쌓고자 명문대인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에 들어갈
가망이 보이는 학생 8명을 추려서 옥스브리지 특별반을 구성한다.
일반교양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풍부한 지식의 노교사 헥터는 그 나름대로의 신념을 갖고서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진행하기에 특별반 학생들에게 인기가 무척 좋으나 
헥터의 수업방식이 과연 명문대 진학에 도움이 될는지 미덥지 못하게 여긴
교장은 옥스포드대 출신의 젊은 교사 어윈을 학교에 초빙하여 역사 과목의 수업을 맡기면서
명문대 합격을 위한 입시위주의 수업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
교장은 어윈의 수업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겨지자 헥터의 수업시간 중 일부를 할애하고
급기야는 헥터의 수업시간에 어윈이 함께 입실하여 공동강의할 것을 주문하기에 이르는데... 


유명한 연극이긴 하지만 학교, 그것도 수업시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극이라서
솔직히 관람 전에는 과연 명성만큼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얼마나 지겨운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개성적인 두 교사 헥터와 어윈의 수업은 
우리가 학창시절 대학입시를 위해 학교 또는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억지로 외우고 또 외워야 했던 주입식 교육과는 너무나도 다른 수업이었던 것이다. 
연극을 보며 산 교육, 살아있는 교육이란 바로 저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년을 앞둔 노교사 헥터는 문학, 영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기하면 헥터가 어떤 영화인지를 맞춘다. 적게나마 돈을 걸고서. 
학생들에게 회포를 풀러 사창가를 찾은 남자손님과 매춘부를 연기해보라고도 한다.
단, 의사소통은 불어로 해야 하고 문법적으로 가정형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조건을 붙인다. 
이렇듯이 헥터의 수업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흥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교사 어윈은 명문대 합격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는 명석한 인물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너희보다 더 똑똑한 애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그 애들과 달라야 한다고. 
어윈은 종교개혁을 논하라는 과제물을 채점한 후 학생들에게 예수의 음경포피 열 네 조각을 예로 든다.
(종교개혁 이전의 교회들은 성인들의 유물, 즉 성유물을 수집하는 데 혈안이었고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는 성유물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교회가 비일비재했다.)
논술과 면접에서 누구나가 알고 있는 정답을 말해봐야 심사위원의 주목을 끌 수 없으니 
남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독창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법을 익히라고 주문한다. 

교사뿐만 아니라 특별반 학생들 또한 개성적인 인물이 가득했다. 
작가가 되려면 수시로 수첩에 메모하라는 헥터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으며 피아노를 잘 치는 스크립스, 
재기 넘치고 매사에 자신만만하며 여자를 홀릴 뿐 아니라 남자까지도 홀리는 매력남 데이킨,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동성애 기질에 고민하는 마음 여린 유대인 소년 포스너 등. 


박신양을 연상시키는 이명행 배우는 같은 남자가 들어도 반할 정도로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였다.
그가 연기한 카리스마 넘치는 교사 어윈은 온갖 상식의 집합체인 헥터와는 대조적으로
세간에 이미 알려져 있는 정답들, 즉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혁명을 추구하고 있었다.
입시보다는 마음의 교양을 쌓는 것을 중시하는 헥터와 목표로 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어윈.
노교사 헥터와 젊은 교사 어윈은 추구하는 교육 스타일이 명백히 달랐음에도 
이전과는 달리 세상을 보는 시각을 학생들에게 일깨워준 훌륭한 선생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진정한 스승을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었다.
또한 작품 속에서 동성애를 주된 테마의 하나로 취급함으로써 
동성간에 우정을 넘어선 감정에 관하여 고찰해보자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었다.
대학입시와 동성애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위트를 잃지 않는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연극이기도 했다.
등장인물이 똑똑한 교사들과 똑똑한 학생들로 설정되어 있고
토론 위주의 서양식 학교수업이 많은 장면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배우들의 대사량이 많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그 많은 대사 속에는 촌철살인이라 해도 좋을, 여운을 남기는 명대사가 넘쳐났다.
과연 각종 연극상을 휩쓴 명불허전의 명품연극이었다.



헥터 역의 최용민 씨는 연극 웃음의 대학을 관람하러 갔을 때 공연장 로비에서 
한참 후배로 보이는 대학생 또래의 젊은이들을 이끌고 와 티켓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를 실제로 보았을 때의 느낌은 TV를 통해 낯익은 중견 탤런트 정도였으나
이날 무대 위에서 그의 연기를 직접 접해보니 노련한 배우의 오라가 느껴졌다.
역시 배우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 가장 빛을 발하는 공간은 무대인 것 같다.



박은석 배우가 연기한 데이킨은 마성의 소유자였다.
그는 이성뿐 아니라 동성의 마음까지도 사로잡는 괴물을 잘 소화해냈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웰메이드 연극이다.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P.S. 연강홀 로비에선 스태프 목걸이를 걸고서 관객을 기다리는 커다란 곰돌이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덧글

  • 준짱 2014/03/26 09:25 # 삭제 답글

    상연 시간도 길고 출연 배우도 많고 대작이구나.^^
  • 오오카미 2014/03/27 00:17 #

    아,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 2014/05/19 11:05 # 삭제 답글

    죄송한데 이거 국내 초연이 아니라 재연입니다^^ 작년 2013년에 초연이 올라왔었어요
  • 오오카미 2014/05/19 15:33 #

    아 그렇군요. 신문기사 참조하고 글을 썼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그 기사가 2013년 거였네요.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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