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과부들을 관람했다.
1부 100분, 인터미션 20분, 2부 50분으로 구성된 170분짜리 공연이었고
정극에서 맛볼 수 있는 연극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연극 과부들의 원작자는 칠레 출신의 미국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다.
1973년 칠레에 피노체트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고
피노체트가 자행한 주민 학살의 참상을 소재로 하여 1981년 연극의 원작이 되는 소설을 발표했다.

많은 배우가 출연한다.
1년 전 관람했던 연극 이제는 애처가를 통해 낯익은 이지하 배우는
작품의 중심점이 되는 노파 쏘피아의 큰며느리 알렉산드라 역으로 출연했다.
성인남자들이 모두 사라진 마을을 군인들이 다스리고 있다.
마을의 여인들은 남자들이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살아서가 아니라면 죽어서라도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기나긴 기다림의 고통을 끝내고 싶어서.
대위 역의 한명구 배우와 중위 역의 박완규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중위와 대위는 처음에는 서로 대립하며 극속 갈등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후반부에는 주민통치방침에 있어서 의견일치를 보며 갈등을 해소하게 된다.
중위는 독재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감옥에 가둬놓은 남자들을 고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마을의 여인들을 성추행하기도 한다.
새로 부임한 대위는 마을의 여인들을 억압하여 다스리기보단
자율적으로 복종하게 만들고자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완강히 저항하는 여인들에게 결국에는 무력을 행사하는 위선자로 그려진다.
내용상 어두울 수밖에 없는 극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장치를 삽입함으로써
객석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군악대 또한 인상적이었다.
대위가 주민들 앞에서 연설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들은 북과 심벌즈를 요란하게 연주하며 촐랑거린다.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아픔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극의 후반부에 여인들은 사라진 남자들의 추억이 깃들어있는 의자를 저마다 하나씩 들고 나와서 강가에 쌓아올린다.
레미제라블의 시위대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고 민중의 저항을 상징하는 연출이기도 했다.
연극 과부들은 정극의 진한 여운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