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변태 2014/02/02 13:56 by 오오카미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월의 첫 주말,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연극 변태의 첫공연을 관람했다.
변태는 만 18세 이상 관람가의 성인연극이다.



연극 변태는 2012년 봄에 알과핵소극장에서 상연되었을 때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기에
공연장을 바꾸어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 연극이 반가웠고 기대했던 대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연극 변태는 2시간 10분의 공연시간 동안 연극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정과 충실함이 가득한 무대였다.



연극 변태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도서대여점 책사랑을 운영하는 민효석과 한소영 부부
그리고 이들에게 시를 배우러 오는 정육점 사장 오동탁이다.

효석은 문단에 등단 후 시집을 몇 편 출간한 시인이고
그의 부인 소영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시간제 강사다.
도서대여점의 수입으로는 한 달 월세를 내기에도 빠듯하지만
그나마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운영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효석에게 시 쓰는 법을 배우러 오는 오동탁에게 받고 있는 수업료 덕분이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동탁이 좋아하는 술집마담에게
특별한 선물로써 자신의 시집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기에
효석은 알고 지내는 출판사 관계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시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체면상 한 약속이었으나
동탁의 시집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다...


연극 변태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지속되는 불경기와 취업난에 의하여 최근에는 많이 완화되긴 하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고학력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반드시 좋은 돈벌이로 직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연극은 대척점에 서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이러한 세태를 꼬집고 있다.
부부 모두 대학물을 먹었지만 이번 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효석과 소영.
반면에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월수입이 천만 원이고 70평 아파트에 사는 동탁.
그런데도 못 가진 자인 효석과 소영은 배운 자의 오만과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채
가진 자임에도 자세를 낮추고 이들에게 가르침을 구하러 오는 못 배운 자, 동탁을 대한다.
끝에 웃는 자가 누구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많이 가진 것이 성공을 판가름하는 조건 중의 하나라는 것은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아니, 굳이 현대로 시간을 한정하지 않더라도 동서고금을 통틀어 부의 축적은 성공의 척도로 인식되어 왔다.
흔히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운운하며 부자를 경멸하곤 하지만 
가진 자에 대한 이러한 경시현상은 어쩌면 가진 자에 속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위일 수도 있겠다.


연극 변태를 관람하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대목 세 장면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탁이 시집을 출간하고 싶다는 발언을 남기고서 퇴장하자
효석과 소영 부부는 시는 아무나 쓰냐며 동탁을 경멸한 후 서로를 강하게 갈망한다. 
무식쟁이이나 가진 자인 동탁이, 배운 자이고 글쟁이인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느꼈을 
효석과 소영은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를 거칠고 직설적으로 내뱉으며 하나가 되고자 한다.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었던 동탁이 효석 부부에게 자신들을 삼켜버릴 거친 파도로 인식되기 시작한 장면이었다.

둘째,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좋은 장면이다.
동탁의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동탁의 라디오 인터뷰까지 전파를 타게 되자
소영은 자신의 남편이 너무나 초라하게 보여 견딜 수가 없었다.
소영은 셔츠와 브래지어를 벗어젖히고 풍만한 젖가슴을 드러내며 효석을 향해 다그친다.
"오빠, 이리 와. 젖 먹여줄게. 예전에 그랬듯이 실컷 빨아먹고 힘내서 나가 싸워."
사그라지는 효석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소영의 마지막 몸부림을 잘 묘사한 장면이었다.

셋째, 효석과 소영의 도서대여점을 동탁이 인수하기로 하자
소영은 동탁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가게를 북카페로 리모델링하여 팬클럽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동탁의 아이디어엔 감사를 넘어 존경의 마음까지 품게 되는 소영.
그녀는 팬티를 벗어던지고 동탁의 품 안으로 달려든다.
화성인이길 자처했던 소영이 홍익3동 최강의 지구인인 동탁을 갖고 싶어서 자신의 껍질을 벗어버리는 장면이었다.


인간의 변화, 변태를 소재로 관객에게 자아성찰의 여운을 남기는 성인연극 변태는
연극 본연의 재미와 성인극의 묘미를 잘 어우른 명품연극이었다.



좌로부터 김귀선, 이유정, 장용철 배우.
이유정 배우의 열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여담이지만 최근엔 1인출판사 등을 통한 소규모 자비출판도 가능하다 하니
여유가 있다면 나만의 종이책을 만들어 소장해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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