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뮤지컬 풍월주를 관람했다.

창작뮤지컬 풍월주는 여왕에게 일처다부제가 허용되었던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래 풍월주란 화랑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이고 풍월이란 화랑의 다른 명칭이기도 하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풍월은 남자기생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뮤지컬 풍월주의 공연시간은 인터미션 없이 1시간 5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풍월 열 역에 조풍래, 풍월 사담 역에 신성민,
진성여왕 역에 전혜선, 풍월을 거느리는 운장 역에 임현수,
풍월 궁곰 역에 김보현, 진부인 역에 김지선, 여부인 역에 이민아 배우였다.

뮤지컬 풍월주는 남자 둘과 여자 하나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었다.
여자 하나를 두고 남자 둘이 경쟁하는 삼각관계가 아니라
남자 하나를 놓고서 여자와 또 다른 남자가 갈등하는 삼각관계라는 점이 특이하다.
즉 동성애를 주된 테마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만화의 경우 여성독자를 주타켓층으로 하는 BL(Boys Love) 또는 야오이(やおい)라 부르는 것이 있다.
남자 주인공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남자 캐릭터와 사랑을 나누는 남성동성애 만화를 지칭하는데
이성애자인 남성독자 입장에서는 남자끼리의 사랑을 그린 만화가 어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잘 생긴 남자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볼 뿐이다.
뮤지컬 풍월주의 주무대는 남자기생인 풍월들이 귀부인들을 상대로 술과 향응을 제공하는 기방 운루다.
열은 여왕의 수청을 들 정도로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풍월이나
열의 절친 사담은 이곳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담이 운루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이곳에 열이 있기 때문이다.
열과 사담은 가난한 고아였다. 사담은 배고프고 힘든 생활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였으나
기방에 들어가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열의 권유로 친구를 따라 풍월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담에게 있어 열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다.
한편 세 명의 부군이 있음에도 후계자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진성여왕은 열과 관계를 가진 이후 회임하게 된다.
미천한 신분의 열이 부군으로 신분상승한다면 귀족들의 시기와 모략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을 염려한
진성여왕은 열을 대신할 가짜 풍월을 물색하는데 그 후보자로 지목된 이가 바로 사담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장에 가보면 여성 관객의 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나
뮤지컬 풍월주는 예상대로 여성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연 후 어떤 여성 관객이 눈도 즐겁고 귀도 즐거워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평을 하던데
이 뮤지컬이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평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가 여동생의 결혼식에 다녀오는 동안 대신 감옥살이를 하고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대신 처형당해도 좋다는 조건을 수락하여 그 약속을 지킨 로마제국 시절 두 남자 이야기,
다이몬과 피디오스의 일화는 목숨까지도 내건 남자들의 진한 우정으로 감동을 자아내지만
똑같이 목숨을 걸었더라도 그것이 동성간의 우정이 아니라
풍월주처럼 동성간의 사랑 때문인 경우에는 감동으로 받아들이기엔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었다.
동성애와 여성의 질투를 메인테마로 삼은 비극적 내용의 뮤지컬 풍월주는
내용면에서 약간의 거부감이 들긴 했으나
배우들의 연기와 전반적인 뮤지컬 넘버는 괜찮은 공연이었다.

좌로부터 신성민, 전혜선, 조풍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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