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우먼 인 블랙 2013/07/22 02:48 by 오오카미


장마를 잠시 잊게 해주었던 주말, 연극을 관람하러 대학로를 방문했다.
이날 관람한 연극은 동숭아트센터 5층에 위치한 소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우먼 인 블랙이었다. 



연극 우먼 인 블랙은 6월 26일부터 9월 22일까지 공연되고 있으며
두 명의 배우가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하고 공연시간은 8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배우 역에 김경민, 아서 킵스 역에 홍성덕 배우였다. 



우먼 인 블랙의 원작은 2012년에 작가로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 CBE를 수여받은 바 있는
영국의 여작가 수잔 힐(Susan Hill)의 동명소설 The Woman in Black(1983)이다.
연극은 1987년 초연된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고 한국에서는 2007년에 초연되었다.
작년에는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아서 킵스라는 중년의 남자가 극단을 찾아와 배우에게 연기지도를 받고 있다.
아서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오랜 세월동안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자신이 경험했던 기이한 이야기를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털어놓고자 한다.
자신의 경험담을 보다 리얼하게 지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연기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서 킵스는 스텔라라는 약혼녀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젊은 변호사다.
사무소 사장의 명령을 받고 그는 기포드라는 외딴 시골마을로 출장을 떠난다.
그 마을의 엘마시 저택에 살던 앨리스 드라블로라는 노부인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그녀의 유산과 서류정리 등 법률적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역에 도착하여 열차에서 내리니 마을에는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서는 마을의 잡무를 맡아보는 대리인 제롬에게 소개받은 마부 케퀵의 마차를 타고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늪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엘마시 저택으로 향한다.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주인 없는 저택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데 
아무도 없어야 할 저택 안에는 으스스한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았다...

연극 우먼 인 블랙은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공포연극이었다.
아서가 저택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연극이란 무엇인가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관객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두 배우의 연기가 펼쳐졌다.
무대 위에 별다른 소품이 없음에도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하여
연기수업을 받고 있는 아서의 입장이 되어 다양한 연극적 요소를 상상할 수 있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벽에 벽시계가 걸려 있고, 공허한 바닥에는 벽난로가 타고 있었으며,
무대 가운데의 텅빈 공간에선 말과 마차가 달리고 있었고 귀여운 강아지 스파이더가 뛰어놀고 있었다.

아서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는
배우가 젊은 시절의 아서 역을 연기하고, 그 밖의 모든 주변인물은 아서가 연기한다는 설정 또한 독특했다.

공포연극인 만큼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음향효과와 무대장치 또한 중요하다 하겠는데
극의 후반부에 펼쳐지는 잠겨진 방의 소품 활용은 가히 이 연극의 백미라 할 만했다.
대부분의 공포연극 또는 공포영화 관람시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남자관객의 경우 무대와 스크린 위에서 전개되는 장면보다도
객석에서 과도하게 리액션하는 여자관객들 때문에 더 놀라게 되기도 한다.
연극 흉터 관람시에도 그랬는데 이번 우먼 인 블랙 관람시에도 역시나 그랬다.

재닛이란 여인의 존재가 영화 링의 사다코를 떠올리게 만드는 연극 우먼 인 블랙은
정통연극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공포연극의 맛을 잘 살린 좋은 작품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경민 배우와 홍성덕 배우.



무대인사를 끝내고 두 배우 분이 로비에서 관객을 배웅한다.
포토타임이 있다고 해서 배웅을 마친 배우 분들이 돌아오길 극장 안에서 기다렸는데
무대를 정리해야 하니 관객 분들 나가달라는 스태프의 말에 로비로 나와보니
포토타임은 로비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이날 공연에선 극장을 뒤로하는 관객들에게 캔맥주를 서비스로 제공하여 연극의 깊은 맛을 더해주었다. 



P.S. 영화 신의 한 수에서 김인권이 작업을 거는 상대역으로 홍성덕 배우가 출연했다.
연극무대에서 보았던 배우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연극관람을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덧글

  • 준짱 2013/07/22 09:28 # 삭제 답글

    어쩐지. 난 포토타임이 로비에서 있다는 식으로 이해해서 빨리 나간 거였는데, 니가 계속 안 나와서 이상했다.
    그 날 너 너무 피곤해서 집중력이 저하되어 있던 것 아니냐?ㅎㅎㅎ
  • 오오카미 2013/07/22 12:02 #

    난 사진 찍자고 했는데 네가 먼저 나가길래 극장 안에서 기다리며 얘가 화장실 갔나 하고 생각했었다.
    앨리스와 재닛의 상황을 반대로 이해한 것 보면 확실히 컨디션이 저조했던 것 같긴 하다.
    예쁜 여배우가 등장했다면 침체된 집중력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었을 텐데. ^^
댓글 입력 영역



컬처블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