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 아리랑소극장에서 연극 명랑시골로맨스 동백꽃을 관람했다.

연극 동백꽃의 공연시간은 100분. 7명의 배우와 2명의 악사가 등장한다.
악사들의 연주와 함께 무대의 막이 올랐다.

이 연극은 토속미 넘치는 작품으로 유명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봄봄, 산골, 총각과 맹꽁이의 주된 에피소드를 하나로 어우른 공연이었다.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동백꽃 이야기의 주인공인 점순과 소년 역에는 윤미하, 정성민,
봄봄의 점순과 사위 역에는 이영주, 김호연, 산골의 이뿐이와 석숭이 역에는 전은주, 김현준,
총각과 맹꽁이의 덕만 역에는 양흥주, 그리고 악사 역할에는 이재일, 박영남 씨가 출연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이야기의 주연들이 그 에피소드의 조연으로 참가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순박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강원도사투리만큼이나 구수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역시나 동백꽃의 주인공인 점순과 소년의 이야기였다.
왈패 기질 다분한 점순이 짝사랑하고 있는 소년에게 감자를 건네며 그를 골려대는 장면에서는
감자 모자를 뒤집어쓰고 등장한 조연들이 점순과 함께 장난끼 가득한 감자송을 부르기도 했고,
점순과 소년이 기르는 닭 튼튼이와 꽃순이로 분장한 두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닭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몇 페이지 되지 않는 단편소설임에도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세월이 흐른 후 이렇게 무대화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걸작은 영원하다고 하는가 보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배우들과의 포토타임이 준비되어 있었다.

필자의 바로 옆이 동백꽃 점순 역의 윤미하 배우.
그녀는 점순의 왈가닥 연기를 맛깔나게 잘 소화해냈다.
P.S. 포토타임 때 찍은 사진을 보고서 약간은 당혹스러웠다.
V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들이 모두 손등을 앞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손바닥이 앞을 향하든 손등이 앞을 향하든
V자는 보통 좋은 의미로 해석이 되니까 문화적 차이로 생각하고 넘어가면 문제 될 게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V자 포즈의 기원인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으로 거슬러올라가 살펴보면
활시위를 당길 때의 자세를 연상시키는, 손등을 앞으로 향한 V자 포즈는
활을 쏴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상대방을 조롱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배우들이 그 의미를 알고서 저런 포즈를 취했을리야 만무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오해받을 수도 있는 포즈라는 것을 알아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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