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글루미데이 2013/06/17 17:18 by 오오카미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구 이다) 1관에서 뮤지컬 "글루미데이"를 관람했다.



올해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글루미데이는 1926년 8월 4일 새벽,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항행하던
관부연락선 토쿠주마루(徳寿丸)의 갑판 위에서 현해탄에 함께 몸을 던진 것으로
잘 알려진 성악가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뮤지컬 글루미데이의 공연시간은 100분. 3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내성적인 극작가 김우진 역에는 윤희석, 김경수.
한국 최초의 가수이자 자유분방한 신여성 윤심덕 역에는 안유진, 곽선영.
두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의문의 사내 역에는 정민, 이규형이 출연한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김경수, 안유진, 정민 배우였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돈도 명예도 내 님도 다 싫다"라는 가사를 담고 있는
윤심덕의 노래 "사의 찬미"는 인생무상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하는 유부남 김우진과 함께 정사(情死)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새로운 서구문명의 유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일제식민지시대의 지식인이었던 한 남자와 대중문화 예술인이었던 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두 인물의 결말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인지라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일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작품의 내용은 사랑놀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뮤지컬에는 두 주인공 외에 제3의 인물인 의문의 사내가 등장한다.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처럼.
김우진과 윤심덕은 사내의 주선에 의하여 서로를 알게 되었고 사랑에 빠지게 되나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김우진은 사내의 정체에 관하여 깨닫게 된다.
사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죽음이라는 파멸을 선택하는 것임을...

극 속의 사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따라서 작품에 관한 이해 역시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사내는 굉장히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김우진에게 시대에 저항하는 너만의 글을 쓰라고 요구하면서도 결말만큼은 자신의 지시대로 쓸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윤심덕이 김우진을 사랑하게 만들었으면서도 수시로 윤심덕에게 치근대며 수작을 부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사내는 인간의 삶을 속박하고 억압하는 인생의 굴레처럼 느껴졌다.
어떤 이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이야말로 굴레 끝에 미리 예정되어 있던 결말일지도 모른다.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 - 월간 문화공간


P.S. 극 속에서 사내와 연관되어 정사를 선택한 커플들을 언급하는 대사가 있어서 조사해 보았는데 실존인물들이었다.
그 중에는 소설가 아리시마 타케오(有島武郎)와 미녀 기자 하타노 아키코(波多野秋子)도 있었다.
일본에선 정사를 신주(心中)라고도 하는데
이 단어는 유곽의 기녀가 사랑하는 남자손님에게 보낸 신주바코(心中箱. 마음을 담은 상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신주바코에 서약서나 신체의 일부라고 여겨진 손톱, 머리카락을 넣어서 보냈는데
시대가 지나면서 손가락을 잘라서 넣어보내는 예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급기야는 함께 죽음을 맞이하면 내세에 맺어진다는 내세사상의 영향까지 받아 정사를 선택하는 이까지 생겨나자
에도막부에선 정사를 선택하여 죽은 남녀를 발가벗겨 대로변에 걸어놓는 등 엄중한 처벌을 가하여
신주를 엄격히 금지시켰다고 한다. 또한 신주라는 글자가 충(忠)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이 단어의 사용도 금하였다.



배역이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되는 공연이라도 배우의 의상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경우가 많은데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두 여배우의 극중 의상이 완연히 다르다는 특색이 있었다.



의상은 시대적 색채를 잘 반영했고 무대장치는 선박을 연상시켰다. 
강렬하게 와닿은 뮤지컬 넘버는 없었으나 전반적으로는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소극장 공연임에도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대사 중에는 일본어 대사가 간혹 섞여 있었는데
김우진과 사내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서로가 나누는 일본어 대사는
티켓팅 때 번역본을 함께 배포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주말 공연에선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서 관객들에게 모히또 음료를 배포하는 시원한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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