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드랙퀸 2013/05/24 06:11 by 오오카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뮤지컬 "드랙퀸"을 관람했다.



티켓팅을 마친 후 공연장 부근에 위치한 방송통신대학교
본관 1층에 자리한 카페 락앤락에서 입장 전까지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싶을 정도로 아늑한 공간이었다.



SH아트홀은 지하 1층과 2층에 객석이 마련되어 있다.



이날 공연의 출연진은 여장남자 클럽 블랙로즈의 사장 오마담 역에 하리수,
홍사장 역에 박세웅, 지화자 역에 문민형, 소희 역에 노현,
에밀리 역에 김종남, 준호 역에 지인규, 광준 역에 박재우 캐스팅이었다.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드랙퀸(Drag Queen. 드래그퀸)이란
과장된 이미지로 디바급 여가수들의 노래를 립싱크하는 여장남자를 뜻한다.

지난달에 이 뮤지컬에 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시큰둥했다.
왜냐하면 이 공연에는 여배우가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들만 출연하는 뮤지컬은 분위기 칙칙할 거라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에 공연예매사이트에서 이 뮤지컬의 평점을 보고나서 나의 편견은 흔들렸다.
이 공연을 접하고 리뷰를 남긴 대부분의 관객이 만점을 주었기 때문이다.
리뷰를 찬찬히 읽어보니 관객들의 감상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 호평 일변이었다.
대체 어떤 내용의 뮤지컬이기에 이토록 평이 좋은 것일까 자연히 궁금해졌다. 

그리고 오늘 공연을 보고 왔다.
나의 평점은?
★★★★★
별 다섯 개. 만점이다.



클럽 블랙로즈의 분위기메이커 지화자.
립싱크로 열창하고 있는 노래는 제니퍼 허드슨의 "And I am telling you I am not going".
지화자 역의 문민형 씨의 입술 떠는 립싱크와 과장된 몸짓 연기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했다.







영상출처 : 효니님 블로그 http://hyoniholic.blog.me/50172059626 


뮤지컬 드랙퀸은 1부 80분, 인터미션 10분, 2부 70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마담이 운영하고 있는 블랙로즈는 드랙퀸이 무대에서 쇼를 선보이는 클럽이다.
육체적으로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하는
오마담, 소희, 지화자 세 사람은 서로를 자매처럼 의지하며 힘을 합쳐 클럽을 꾸려왔으나 
최근 들어 경영난이 악화되자 월세를 제 때 못내게 되어 건물주로부터 퇴거 압력을 받고 있다.
가게 문을 닫을 생각까지 하며 괴로워하는 오마담에게 알고 지내던 형사로부터 구원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 내용은 클럽의 자금난을 해결해줄 수 있는 후원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것이었다.
오마담과 함께 블랙로즈에 입성한 후원자 홍사장이라는 인물은 무척이나 깐깐해보이는 남자였다.
블랙로즈에 들어선 후에야 이곳이 여장남자들이 공연하는 클럽이란 걸 알게 된
홍사장은 오마담과 직원들을 향해 게이라고 욕을 퍼부으며 그들을 경멸한다.
과연 홍사장의 정체는 무엇이고, 향후 블랙로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남들과는 다른 성 정체성을 갖고 태어난 스스로를 원망하며 절규하는 오마담.
오마담 역의 하리수 씨의 연기력은 뛰어났다.

뮤지컬 드랙퀸은 뮤지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드랙퀸 쇼를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의 관객들은 클럽 블랙로즈를 방문한 손님이 되기도 했고 
배우들의 무대 뒷이야기가 진행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전지적 존재가 되기도 했다.
장면에 따라 관객의 입장이 자연스레 변화하게끔 만든 연출의 기발함이 인상적이었다.

드랙퀸 쇼 장면에서는 비욘세의 "Single Ladies", 마돈나의 "Vogue" 등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팝송을 배경음악으로
화려한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립싱크와 현란한 안무가 흥을 돋우었고
무대 뒷이야기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실제로 노래하는 오리지널 넘버가 관객을 매료시켰다.
OST로 내도 좋겠다고 생각될 만큼 매력 있는 노래가 가득했다.



바네사 윌리엄스의 "Save The Best For Last"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드랙퀸 쇼를 선보이는 오마담.
아름다웠다.


배우들의 매력이 가득한 무대였다.
하리수 씨와 노현 씨는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미모로 시선을 잡아끌었고
수시로 객석에 웃음폭탄을 선물하는 문민형 씨는 이 공연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감 그 자체였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박세웅 씨는 가창력이 돋보였고
지인규, 박재우, 김종남 씨는 몸짱이었다.



마돈나의 보그를 공연하는 오마담과 준호, 광준. 
잘 단련된 식스팩은 남자가 봐도 매력 있게 느껴졌다. 

 뮤지컬 드랙퀸은 일단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얘기가 재미있으면 관객은 자연스레 공연 속에 동화되기 마련이니까.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감 있었고 뮤지컬 넘버도 좋았다.
드랙퀸쇼 장면에서의 의상의 화려함은 말할 것도 없고
무대밖 장면에서도 의상에 공을 들였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성소수자의 아픔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삽입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공연 관람 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법으로 제정해야 할 정도까지 한국사회에 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공연을 관람한 후 그 입장은 더욱 공고해졌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을 더욱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또한 그 동안 미디어를 통하여 보아왔던 하리수 씨에 대한
개인적 이미지가 이번 공연 관람을 통하여 일변했다. 
그 동안은 트렌스젠더라는 희소성에 힘입어 이슈화된 연예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날 공연에서 실물을 직접 접해보니 정말로 여자보다도 예쁜 사람이었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는가 보다.
해외여행할 때 게이쇼나 트렌스젠더쇼를 관람하는 남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껏 웃으며 뮤지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뮤지컬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 드랙퀸이었다.







마지막 드랙퀸 쇼에서는 타카라즈카 가극단 공연의 피날레에서 사용되는
깃털 의상인 하네(羽根)를 연상시키는 의상도 등장했다.
볼거리 다양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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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준짱 2013/05/27 08:18 # 삭제 답글

    차별금지법은 좋아도 난 트랜스젠더 쇼 볼 마음까지는 안 생기던데?ㅎㅎ
    암튼 소재도 출연진도 흥미로운 뮤티컬인 것 같구나. 재밌었겠어.
  • 오오카미 2013/05/27 10:42 #

    나 역시도 이 뮤지컬 접하기 전엔 트렌스젠더쇼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만
    뮤지컬 보고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경험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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