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영화 루퍼 2012/10/16 11:11 by 오오카미

보고 싶었던 영화 "루퍼(LOOPER)"를 보고 왔다.

미래의 범죄조직들은 완벽한 증거 인멸과 시체 처리를 위해 타임머신을 이용하여 제거 대상을 과거로 보낸다.

아직 타임머신이 발명되기 전인 2044년의 미국 캔사스가 영화의 배경이다.
주인공 조는 미래에서 보내온 타깃을 제거하는 살인청부업자다.
조와 같은 암살자를 사람들은 루퍼라 불렀다.


암살 대상을 과거로 보내서 제거한다는 설정부터가 참신했다.

미래의 조직은 암살 대상을 납치하여 손을 묶고 얼굴에 두건을 씌운 후
등판에는 루퍼에게 지급할 은괴를 묶은 상태로 타임머신에 태워 30년 전의 과거로 보낸다.
암살 대상은 미래의 나이 먹은 모습 그대로 과거로 보내지게 되므로
외모로만 보았을 때에는 과거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셈이다.
그러므로 루퍼들은 대상을 제거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덜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처리했을 뿐이니까.
루퍼는 은괴를 회수한 후 자신이 살해한 타깃을 소각로에서 소각한다.
루퍼는 실재하지 않는 인간을 없앤 것이므로 살인이 성립되지 않고
미래에서는 영구 실종으로 처리될 테니 이른바 완전범죄 성립이다.

암살 대상이 30년 후의 자신인 경우 루퍼들은 이것을 계약해지라 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암살자 루퍼의 타깃이 미래의 자기자신인 경우가 있다.
암살 대상이 루퍼 본인인 경우 타깃의 등판에는
은괴가 아니라 금괴가 묶여 있기 때문에 쉽게 판별할 수 있다.
미래의 자신을 제거한 루퍼는 30년의 시한부를 선고받는 셈이다.
금괴를 돈으로 바꾸어 남은 여생을 금전적으로 풍족하게 보내다가 
계약해지일로부터 30년이 지난 후 조직에게 납치되어
타임머신에 태워진 후 30년 전으로 보내지게 되고
그곳에서 과거의 자신의 손에 의해 생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30년 후의 미래에선 레인메이커가 이끄는 테러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었고
조는 납치과정 중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다.

다른 루퍼들이 그러했듯이 조 역시 계약해지를 겪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의 모습은 조셉 고든레빗에서 브루스 윌리스로 변화해가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한편 30년 후의 미래에선 정체불명의 레인메이커라는 자가 
모든 범죄조직을 통합하고서 곳곳에서 테러와 폭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계약해지일로부터 30년이 지난 어느 날 조직이 조의 집에 난입하여 조를 납치한다.
이 과정에서 조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게 되고 격분한다.
전직 루퍼들을 과거로 보내 계약해지시킨 자가 레인메이커임을 알게 된 조는
과거로 돌아가 어린 레인메이커를 죽임으로써 미래를 바꿀 결심을 한다...


영화 루퍼는 무척 재미있었다.
미드 블루문특급(Moonlighting) 시절부터 좋아했던 브루스 윌리스가
미래의 조 역으로 출연하므로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기도 했다.
오늘날의 인터넷, 휴대폰처럼 미래의 언젠가에는 현실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타임머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인 만큼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고 있는 영화였다. 

미래에서 보내온 타깃이 설령 자기자신일지라도 암살하려는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하여 미래를 바꾸려는 내가 등장한다.
30년이라는 시간차를 넘어서 같은 시간대에 함께 존재하게 된 나와 나.
그러나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는 의도하는 바가 서로 달라 충돌을 피할 수가 없다.

과거의 조는 미래의 조를 죽여야만 한다.
미래의 자신을 살려두게 되면 임무 실패로 간주되어 조직으로부터 쫓기는 몸이 되지만 
미래의 자신를 죽이면 30년간의 삶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조는 살아야만 한다. 
살아남아 과거의 레인메이커를 죽인다면 30년 후의 미래에는 레인메이커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가 이끄는 조직에 의해 사랑하는 여인이 희생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또한 미래의 조는 과거의 조를 지켜야 한다.
과거의 자신이 죽어버리면 미래의 자신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타임머신이 소재로 사용되는 작품을 접하게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동일인물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명 존재한다는 모순과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가 변화한다는 모순. 
일반상식에 벗어나는 이들 두 가지 모순이 타임머신 이야기에선 반드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등장인물이 사라지면 미래의 등장인물도 사라진다는 설정은 쉽게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미래의 등장인물이 사라지면 과거의 등장인물에겐 아무런 영향도 없을까.
과거의 내가 존재했으므로 현재의 나, 미래의 내가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의 나,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또한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사는 세계가 완전히 별개라는 설정은 어떨까.
그렇다면 미래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설령 과거를 바꾼다 한들
그로 인하여 바뀌는 미래는 과거의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겪게 될 미래에만 적용될 뿐
다시 미래로 돌아가더라도 이미 그 시간대를 거쳐온 미래의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게 될 거다. 
또한 과거로 갔다가 다시 미래로 돌아온다면 그곳에는 또 하나의 미래의 내가 있을 것 아닌가...

여하튼 아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타임머신을 소재로 하여
시간을 역행하는,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설정이다 보니 상상의 날개에는 끝이 없을 정도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와 같은 상상의 여운을 남긴다는 점도 영화 루퍼의 매력이었다. 

미래에서 온 나를 만난다는 설정 이외에도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초능력의 일종인 염력이다. 
공상과학 장르를 이야기할 때 시간여행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초능력이다.
작품 속에서 돌연변이 인류가 갖게 된 이 능력은 영화의 키포인트이자 볼거리 중 하나였다.

두 주인공의 빛나는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모성애 가득한 연기를 잘 보여준 에밀리 블런트 또한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라이언 존슨의 각본(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덧글

  • 전뇌조 2012/10/18 09:05 # 답글

    시간의 흐름이 하나의 큰 줄기이냐, 수십 갈래의 작은 가지치기식이냐의 문제를 확실하게 알 수 있으면 시간여행에서 오는 문제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겠죠. 양자역학 이후로는 가지치기식 또는 평행우주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오오카미 2012/10/18 23:42 #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과연 도래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인간이 신의 영역에 근접하는 발명이 될 것 같습니다.
  • Nine One 2012/10/18 14:26 # 답글

    결국 시간여행이란 것도 수많은 무수한 경우의 수라는 것이군요. 어떠한 미래와 어떠한 과거가 내 앞에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 오오카미 2012/10/18 23:45 #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나네요. 무수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만은 않았지요.
  • 푸른미르 2012/10/22 15:00 # 답글

    나와 나의 투쟁이라.... 흥미가 생기네요.
  • 오오카미 2012/10/22 22:34 #

    서로 다른 내가 대립하는 만큼 흥미진진합니다. ^^
  • 푸른미르 2012/10/22 22:38 # 답글

    방금 쿠퍼 보고 왔습니다. 마지막이 슈퍼 히어로의 탄생을 암시하더군요...
  • 오오카미 2012/10/22 22:44 #

    어린 레인메이커를 보면서 영화 오멘이 떠오르더군요. ^^
  • 잠본이 2012/11/05 22:19 # 답글

    어머님 은혜는 하늘 같아서~로 요약가능하더군요. 참 대단한 감독인 듯.
  • 오오카미 2012/11/06 11:42 #

    그래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하는 거겠죠.
    요즘은 여자들도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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