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산 애호가들이 명산으로 손꼽는 북한산이지만
초파리들의 공세에 시달린 탓에 이대로라면 북한산이 싫어질 것만 같아서
북한산에만 유독 벌레가 많은 것인지 아니면 여름에는 다른 산도 마찬가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산에도 여름엔 벌레가 많다는 것을 몸소 확인한다면 북한산을 싫어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나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벌레들에게 또 시달려야 한다. 일종의 딜레마였다.
서울 근교의 산을 물색해 보았다.
여름 이외의 계절에 올라보았을 때 벌레 떼에게 시달리지 않았던 산을 여름에 다시 올라본다면
여름에는 원래 벌레가 많은 것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확인해볼 수 있겠으나
무더운 계절에 산에 오르는 만큼 기왕이면 등산해보지 않았던 산에 올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산이 청계산이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자전거도로를 이용하여 자전거로 등산로 입구까지 접근할 수 있었고 정상의 높이도 적당했다.


보에서 일어나는 하얀 물보라가 장관이다.



좌측 방면이 성남 방향으로 향하는 탄천자전거길이고 직진하면 과천 방향으로 빠지는 양재천자전거길이다.

어느 쪽이 양재천이고 어느 쪽이 탄천인지 길을 헤맬 염려는 없겠다.

탄천과 합류하는 지점의 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조금 더 나아가니 포장이 잘 된 도로가 나타났다.
도로 끝 저편에는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가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 또한 많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도로를 달리면서는 강의 모습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핸드볼공을 반쯤 땅속에 박아놓은 듯한 모양의 반구가 무수히 놓여져 있는 시설물이 눈길을 끌었다.
무슨 용도로 설치해놓은 것일까.

이 다리 아래를 통과하면 여의천 갈림길이 나온다.

하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가면 양재천자전거길이고 도로를 따라서 그대로 좌회전하면 여의천자전거길이다.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교량에서 청계산 이정표를 발견하니 반가웠다.

여의천 너머에는 양재시민의숲이 자리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서 하천의 우측으로 넘어오면 다리 아래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청계산까지 달리면서 이와 같은 지하통로를 몇 차례 통과해야 했다.



장거리 주행을 할 때에는 이정표로 삼을 건물들을 미리 체크해놓으면 도움이 된다.



클릭하면 커진다.
이날의 등산코스는 원터골 - 팔각정 - 깔딱고개 - 돌문바위 - 매바위 - 매봉 - 혈읍재 - 망경대까지의 왕복코스였다.
자전거를 주차한 후 땀도 식히고 신분당선 역사도 둘러볼 겸 지하로 내려가보았다.
신분당선은 접이식 자전거만 휴대 승차가 가능하다고 한다.

자전거 주행을 마친 후 산행의 시작이다.
한눈에 봐도 청계산 등산로 입구일 거라 추정되는 경부고속도로의 고가 아래로 발길을 옮겼다.

한 매장 옆의 벽면을 아라 짱의 초대형 포스터가 장식하고 있었다.
그녀를 사진에 담으며 아자아자 기운을 내본다.


청계산 등산로 입구 중 한 곳인 원터골 등산로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 바로 옆에는 조그마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실질적인 등산로의 정상인 매봉까지는 2~3km 정도의 거리였다.




사진 좌측에 팔각정이 위치하고 있다.
원터골 쉼터에는 약수물이 있었으나 아쉽게도 음용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써 있었다.
수질검사 결과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다가 딱딱한 것이 씹혀서 뱉어낸 후 원인물을 검출해보니 뼛조각이었다.
이런 불순물 제대로 걸러내지 않으면 해당제품은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업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계단 앞면의 좌측에 번호를 새겨넣은 번호판이 붙어있어서 대략적인 계단의 수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번호판이 붙어있는 계단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서 완성도가 결여되는 점은 아쉬웠다.



주위가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산에 오르는 매력포인트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돌문을 통과하면서 소원을 빌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매바위 부근에서 외국인 등산객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청계산의 정상 망경대의 높이는 해발 618m이다.
예전에는 이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군부대가 들어서 있어서 오를 수가 없다.




매바위에서 산아래 경치를 즐긴 후 매봉으로 향했다.
매바위에서 매봉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지근거리였다.

매봉의 높이는 해발 582.5m였다.
매봉 주변에는 등산객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벤치가 몇 개 있었는데
하필이면 매봉 표지석 바로 뒤에 놓인 벤치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몰지각한 인간이 있었다.
사진 찍기 딱 좋은 매봉 표지석인데 그 뒤에서 자고 있으면 사진 찍을 때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리하여 매봉 사진은 망경대까지 갔다가 돌아올 때 다시 찍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사진을 교체하고 청소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았다.


안내판을 참조하면 서초구의 좌측으로 우면산, 우측으로 구룡산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매봉에 오른 후 청계산의 정상으로 알고 있던 망경대로 발길을 옮겼다.
도중에 색깔이 선명한 야생화를 만나볼 수도 있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라 생각되는 길을 따라 감으로 이동해야 했다.

매봉에서 망경대까지는 인공적인 시설물을 찾아보기 힘든 구간이었다.

이정표에는 내가 걸어온 매봉 방향, 그리고 망경대 방향으로 추정되는 석기봉 방향,
원터골과 함께 등산로 입구의 한 곳인 옛골 방향, 그리고 이곳에서 내려다보았을 때에는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야만 될 것처럼 보이는 골짜기 마왕굴 방향이 안내되어 있었다.

그랬더니 등장한 이정표에는 이수봉과 망경대가 표기되어 있었다.
해당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전에 언급되었던 지명이 계속 등장해야 제대로 된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방금 전 이정표에는 망경대 표기가 없었고 이번 이정표에는 석기봉 표기가 없었다.
이정표가 이런 식이라면 초행자는 길을 헤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사진과 같은 말뚝이 하나 박혀 있을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고개 정상으로 향하는 경사면에는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고
정상에는 군사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이 위치하고 있었다.
저 위가 망경대인가 본데 접근은 허용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하산길에 오르기로 했다.


매봉을 거쳐 매바위를 지나친다.
탁 트인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매바위 부근에는 여인 둘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산을 내려온 후 잠시 휴식을 취했고 자전거에 올라 왔던 길을 따라 집으로의 귀로에 올랐다.
서두에 언급했던 여름 등산 시 벌레에 관한 의문은 이날 청계산 등산으로 해소되었다.
이곳에서도 초파리들은 극성이었다.
무더운 계절에 벌레가 많은 것은 특정 산만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여하튼 이틀에 걸친 여름 등산을 하면서 여름 등산의 필수아이템으로 깨달은 것이 있으니 바로 부채다.
얼굴에 슬슬 부채질을 하면서 산을 오르면 땀을 식힐 수 있는 데다가
극성스러운 파리들도 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덧글
청계산은 나도 가보질 않아서 궁금했다. 오르기 그리 힘든 산은 아닌가 보구나. 나중에 함 가볼까?
그런데 부채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구나. 나중에 함 해봐.ㅎㅎ
등산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다가오니 어느 산에 오르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해 보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