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 旅行 자전거 여행 - 왕숙천 & 봉선사 2012/07/28 12:15 by 오오카미




친구 준짱의 블로그에서 보라매공원에 만개한 연꽃 사진을 본 것을 계기로
연꽃을 구경하는 것도 운치 있는 추억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매년 벚꽃 명소로 벚꽃 구경, 장미축제로 장미 구경을 다니고 있는데
앞으로는 연꽃 구경을 추가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토요일인 21일 오전에 서울 근교의 연꽃 명소를 찾아보다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봉선사 연꽃축제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의 연꽃축제 날짜는 7월 28일이었다.
지도에서 봉선사 주변을 둘러보니 국립수목원(광릉수목원)도 눈에 띄었다.
당시로서는 봉선사 연꽃축제일까지 일주일이 남아있었으므로
일단 이날은 국립수목원까지 자전거로 다녀와 보고, 일주일 후에 봉선사로 나들이를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립수목원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예약을 하고 여정에 올랐다.
(국립수목원은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당일 예약도 가능하고 입장료는 1000원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오전 11시에 광진교를 남단에서 북단으로 건너며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했다. 



광진교 북단의 육군헌병 건물 옆으로는 한강자전거도로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2개 나 있다.
양옆으로 계단이 함께 있는 콘크리트 길은 경사가 심해서 자전거를 타고서 내려가기에는 위험하므로
경사가 완만한 우레탄 길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장마가 끝나고 날씨가 다시 더워지기 시작했으므로 갈증이 났다.
한강자전거도로로 내려온 후 벤치에 앉아 우선 막걸리로 잠깐 목을 축였다.
밤새 냉동실에서 꽁꽁 얼려 놓은 막걸리는 달콤하면서도 시원했다.
요즘 막걸리 사랑에 푹 빠져 있다. 



한강자전거도로 북쪽 길을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달리지 않아 서울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의 경계를 지나게 되었다.
자전거도로 우측에 떠 있는 다리는 강변북로에 속하는 아차산대교이다. 



후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구리암사대교의 모습이 보였다.
다리 위에 떠 있는 교량 부분은 모두 연결된 것 같았다. 



자전거도로 옆의 생태공원에는 포근한 느낌을 주는 원두막과 함께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코스모스는 대표적인 가을 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개화 시기는 6월부터 10월까지라고 한다. 



구리암사대교 다음으로 등장하는 한강의 교량은 강동대교이다.
강동대교를 지나면 한강과 왕숙천의 분기점이 나타난다. 



한강과 왕숙천이 나누어지는, 또는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이 지점에서 왕숙천을 가로지르는 좌측의 다리 이름은 수석교라고 한다. 



하얀 차양이 그늘을 만드는 쉼터가 어서 와서 쉬고 가라고 유혹을 한다.

왕숙천은 한자로 王宿川이라고 쓴다. 왕이 잠들어 있는 강이란 뜻이다.
이날의 목적지였던 국립수목원의 다른 이름이 광릉수목원이다.
광릉수목원 부근에는 이름의 유래가 되기도 한 광릉이 있는데
이곳은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수양대군)의 왕릉이다.

국립수목원과 광릉, 봉선사는 모두 왕숙천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강 양쪽의 자전거도로가 모두 완비되어 있다면 서쪽 길로 달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므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왕숙천자전거도로의 서쪽 길을 선택하여 주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네이버 길찾기 기능에서는 동쪽 길을 추천하고 있었고 실제로 대부분의 라이더들도
쉼터 위쪽에 위치한 다리로 바로 강을 건너서 동쪽 자전거도로로 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잠시 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한강에 비유하자면 조그마한 하천이지만 왕숙천 강변에는 물놀이장이 만들어져 있는 구역이 있었다.
수영장이라고 불러도 충분할 만한 크기인 데다가 입장료도 무료였으므로 많은 인파로 넘쳐났다. 



사람들이 동쪽 길을 택한 이유는 예상대로였다.
서쪽 길은 자전거도로가 군데군데 끊겨 있었던 것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리를 그냥 지나치면서 서쪽 길로도 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가져보았으나
더 이상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결국 강을 가로질러 동쪽 길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노면의 상태도 서쪽보다는 동쪽 길이 낫다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난관에 봉착하게 만든 지도 알림판과 만나게 되었다.
낯선 지역을 방문했을 때 잘못된 지도 때문에 고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날이 바로 그랬다.

사능천이란 글자 오른쪽에 빨간 점으로 표시된 현위치가 잘못 표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지도대로라면 왕숙천에서 한참을 벗어나 사능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능천을 따라서 가게 되면 국립수목원과 광릉이 아니라 사릉으로 향하게 된다. 

왕숙천과 사능천이 갈라지는 지점을 혹시 못 보고 지나쳤나 싶어서 
일단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얼마간 남하하였으나 강이 분기되는 지점은 찾지 못했다.  
왕숙천에서 오른쪽으로 사능천이 갈라져 나오는 모양이었으므로 
강의 서쪽 길로 가면 사능천으로 빠질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여 동쪽 길에서 서쪽 길로 다시 강을 건넜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던 거였다. 
내가 길을 잘못 든 게 아니라 지도의 현위치가 잘못 표시되어 있었던 것이므로.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문제의 지도 알림판이 서 있는 위치는 위 사진에서 숫자가 쓰여져 있는 부분이었다. 
알림판의 현위치는 왕숙천과 사능천이 분기하는 지점에 찍혀 있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알림판의 사능천이란 글자 오른쪽에 그려져 있는 빨간 점을
왕숙천이란 글자의 오른쪽까지 남서쪽으로 이동시켜야 하고
그 점 앞에 사능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그려 넣어야 한다.

이 지역의 올바른 코스는 위 지도의 파란선처럼,
저 알림판이 서 있는 지점의 바로 앞에 놓여져 있는 다리를 건넌 후
왼쪽 길을 선택하여 계속 나아가면 되는 거였다. 



알림판의 지도에 의한다면 바로 옆에 흐르고 있는 강이 왕숙천인지 사능천인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강을 건너 서쪽 길로 들어선 후에도 의구심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앞서 자전거도로의 서쪽 길이 끊겼던 것처럼 이번에도 서쪽 길은 단절되었다.
근처 주민에게 국립수목원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이 방향이 맞긴 하나 강을 건너는 편이 수월할 거라고 했다.
좌측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의 오르막길을 올라가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만 했다. 



아파트 뒤쪽 차도로 나와서 조금 나아가니 다리가 나타났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시 강을 건넜다.
잘못된 지도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다리를 건넌 후 돌아본 왕숙천 동쪽 자전거도로의 모습이다.
아까 그 지도가 제대로만 되어 있었다면
길을 되돌아갔다가 강을 건넜다가 아파트 단지를 지났다가 다시 강을 건너는
수고와 시간낭비를 생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초행길에서 길을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나
그 원인이 그 지방에서 세워 놓은 잘못된 지도 때문이라면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얼마 후 왕숙천자전거도로의 동쪽 길은 조그만 지천을 따라 왕숙천에서 멀어지며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시간은 점심 때가 한참 지나 있었다.
왕숙천의 지천을 따라 휘어진 길에서 이마트 진접점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들어가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서 나온 후
마트 앞의 쉼터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마트 앞의 연평대교와 장현대교를 건너서 다시 왕숙천으로 접근했다.
네이버 지도를 보니 지천이 등장하기 전에 모습을 드러내는 
내각대교를 통하여 자전거도로 동쪽에서 서쪽 길로 이동하라고 나와 있다.

즉 한강에서 국립수목원 부근까지의 왕숙천자전거도로의 라이딩은 
한강에서 진입한 후 동쪽 자전거도로로 달리다가
내각대교부터는 서쪽 자전거도로로 달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현대교를 건너 왕숙천 서쪽 자전거도로에 들어선 후 앞으로 나아가자
아파트 단지 앞에 세워져 있는 벼락소란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벼락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예전에는 꽤 유명한 물놀이 장소였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물속에서 뛰놀고 있었다.
명소는 시간이 흘러도 명불허전인 모양이다.



벼락소를 지나고 조금 더 나아가니 드디어 이정표에 국립수목원이란 글자가 등장했다.
이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이 왕숙천자전거도로의 종점이었다. 



더 이상의 자전거도로는 없었다. 
광릉 방면이라고 쓰여 있는 차도로 진입했다. 
왕복 2차선 도로였고 도입부에 있는 갓길은 코너를 도는 순간 사라졌다. 



국립수목원으로 향하는 도로의 양옆으로 빽빽이 들어선
아름드리나무들의 웅장한 모습은 경이로운 기분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 길을 달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피톤치드가 흡수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공기의 냄새도 달랐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만끽하고 있기에는 자전거 이용자에겐 도로 사정이 너무 안좋았다.

도로와 도로 바깥의 흙이 쌓여 있는 부분과의 높이 차가 심했고
심지어 도로 바깥으로 골이 깊은 도랑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도 있었다. 



굽이치는 도로를 긴장하며 달렸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봉선사였다. 



奉先寺란 이름은 선왕을 받드는 사찰이란 의미라고 한다.
10세기에 창건된 사찰이고 원래 이름은 운악사였는데
세조의 능을 보호하는 사찰이 되면서부터 봉선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피톤치드는 충만하지만 위태로운 길을 더 안쪽으로 달리니 이번엔 광릉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릉과 광릉수목원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서로 연결되어 있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아닌가 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인터넷 예약번호를 묻지 않는다.
그래서 물어보니 광릉수목원은 위쪽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이미 시각은 오후 4시에 가까웠다.
자전거에겐 위험한 길을 더 안쪽으로 달려서 들어가는 것도 꺼려졌고
수목원 대신 광릉 구경이라도 할까 싶었으나 관람을 마치면 6시쯤 될 텐데 
나무 그늘에 의해 보다 일찍 어두워질 수도 있는 도로였으므로
늦은 시각에 저 위태로운 길을 달려서 되돌아 나가는 것도 꺼림칙했다.
그래서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싶어서 국립수목원 관람을 포기하고 핸들을 돌렸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그냥 되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거리만 놓고 봤을 때는 편도 2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를
점심시간 포함하여 4시간 반이나 소모하며 달려왔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다음 주에 들를 생각이었던 봉선사 방문을 앞당기기로 했다. 



봉선사의 산문을 들어섰다.
연꽃잎이 가득한 커다란 연못도 장관이었지만
길가에 놓여진 옹기 속에서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운 연꽃(수련) 또한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옹기분에 피어 있는 연꽃은 가까이에서 관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연꽃 연못의 규모는 꽤 컸다.
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꽃 연못은 왠지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산책하면
보다 그윽한 정취가 느껴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커다란 옹기 안에 화분이 놓여져 있었다.
집에서 연꽃을 키우려면 충분한 공간 확보가 필요할 듯하다. 



봉선사는 예전에 승과가 행해진 장소였다.
승과평터임을 알리는 비석에는 명종 6년(1551)에 봉선사가 전국 승려들의 교학 능력을 평정하는
승려들의 과거장, 교종갑찰로 특선되었고 이듬해에 이곳에서 승과가 열렸고
승려들의 과거, 승과평이 행해진 자리를 주변의 연못과 더불어 승과원(僧科園)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연꾳 연못 위쪽으로는 연꽃이 없는 연못도 위치하고 있었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서 있었다.
세조의 비 정희왕후가 세조를 기리며 심은 나무라고 한다. 



봉선사 대웅전의 현판에는 큰법당이라고 쓰여 있었다. 



다시 연못으로 내려와 연꽃잎이 즐비한 연못의 산책로를 찬찬히 돌아보았다.
백련이 하나둘 보이긴 하였으나 아직은 꽃의 수가 너무 적었다. 



커다란 연꽃잎 가운데에 앙증맞게 맺혀 있는 이슬이 귀여웠다.
입술을 가져다 대고 물방울을 마셔 보고 싶은 유혹이 느껴졌다. 



연꽃잎이 크다는 거야 연잎밥 등을 먹어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백련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가끔 홍련도 눈에 띄었다.
수많은 연꽃이 연못을 가득 채운다면 정말 환상적일 거란 생각을 해 보았다. 



봉선사를 뒤로하고 귀로에 올랐다. 

 

왕숙천자전거도로를 남하하여 한강까지 내려갈 때에는
왕숙천을 북상할 때 예상외로 낭비했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하여 한층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올라오면서 한 번 달려 봤다는 경험은 헤매지 않고 제대로 된 길을 찾아 곧장 달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가 보다.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이다.
연꽃 명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덧글

  • 준짱 2012/07/28 16:00 # 삭제 답글

    봉선사의 연꽃은 선명한 백련인 모양이구나. 근데 맨 처음 보라색 꽃은 연꽃이 아니라 수련이 아닐까 싶은데...
    암튼 이 더운 여름에 넌 참 잘도 돌아다니는구나. 님 체력 좀 짱인듯.ㅋㅋㅋ
  • 오오카미 2012/07/29 10:51 #

    연꽃과 수련의 차이점을 찾아보니
    연꽃잎은 수면보다 높은 위치에서 피는 선잎이 있지만
    수련은 수면에 뜨는 뜬잎만 있다는구나.
    연꽃잎은 잎의 표면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발수성이 있기 때문에 수면보다도 높은 위치에서 필 수 있다고 한다.
    잎의 상태로 보아 색이 고운 꽃은 수련이 맞는 것 같다.
    8월 첫째와 둘째 토요일에는 봉원사 연꽃축제가 있어서 들러볼까 생각 중이다.
  • 민트 2015/06/20 19:49 # 삭제 답글

    담아가요 ㅎ
  • 오오카미 2015/06/21 06:23 #

    댓글 덕분에 봉선사 다녀왔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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