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날씨가 정말 좋았다.
태풍이 찾아왔나 싶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던 지난주의 미친 날씨가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따사롭고 포근한 날씨였다.

이에 질세라 산수유꽃도 겨우내 메말랐던 가지를 총총히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인하여 예년보다 벚꽃의 개화 시기가 늦을 거란 전망이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씨가 계속된다면 벚꽃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은 많이 앞당겨질 게 분명하다.

동대입구역에서 하차하여 6번 출구로 나오면 동국대 정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이 등장한다.
3년 전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상연 중인 연극을 관람하러 방문했을 때
한창 공사 중이었던 에스컬레이터가 완성되어 있었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정문 앞까지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JTBC에서 방영 중인 이 의학드라마의 주요 촬영장소 중 하나가 바로 동국대 옥상정원(옥상공원)이다.
동국대는 2000년부터 2009년에 걸쳐서 필동 캠퍼스 내 14개 건물의 옥상에 정원을 설치했다.
서울시와 중구청에서 사업비를 보조받는 대신
2010년 5월부터 재학생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옥상정원을 개방했다.

그 너머로는 장충체육관, 신라호텔 영빈관의 모습도 보인다.
도심의 건물 옥상에서 회색 콘크리트 빛깔의 삭막함이 아니라
시골의 논밭길을 연상시키는 편안함을 맛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옥상에서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식사와 후식을 즐길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와 완연하게 달라진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캠퍼스 내에 커피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점이 입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의 대명사 스타벅스가 국내에서 1호점을 오픈한 것이 1999년이니까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에 캠퍼스 내에서 커피 전문점을 찾아볼 수 없었던 거야 당연하다 하겠지만
여하튼 캠퍼스 내에 자리한 프랜차이즈점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각 대학의 중앙도서관이란 그 대학 캠퍼스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그렇기에 일반인의 열람실 출입은 대개 금지되어 있다.
열람실 입구 바깥에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기에
통행증(학생증)이 없이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옥상에 오를 수가 있었다.

남산의 정기를 몸으로 느끼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쌓였던 피로가 금세 풀어질 것만 같다.
이렇게 멋진 공간에서라면 웬만한 단편소설 한 권쯤은 앉은자리에서 뚝딱 읽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불교학교답게 광장의 중앙에는 불상이 서 있다.

학교명과 로고가 새져겨 있는 대형 구조물이 옥상 한편에 서 있었다.

어딘가를 찾아갈 때 어지간해서는 길을 물어보지 않는 성격이라서
이번에도 직접 감과 발을 이용하여 찾아가 볼 생각이었으나 현실은 녹록지가 않았다.
옥상에서 내려오다가 건물 1층의 경비원 분에게 촬영장소를 문의해 보았으나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방송촬영 협조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다 직접 문의해 봐야겠다 싶어서 본관 건물로 향하다가
명진관 앞을 지나칠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동대신문이었다.
신문의 1면에는 동국대 캠퍼스가 드라마와 CF 촬영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적혀 있었다.
물론 그 기사에는 내가 찾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 하는 것의 답도 제시되어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원흥관은 중앙도서관 옆 건물인 본관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드디어 낯익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드라마 신드롬에서 이해조(한혜진)와 차여욱(송창의)의 아지트로 애용되고 있는 바로 그 장소이다.





옥상을 정원으로 꾸며 놓으니 캠퍼스 잔디밭에서 하던 일을 옥상에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멋진 일이다.



아울러 옥상을 정원으로 가꿈으로써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는 지혜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덧글
정원들이 전부 구름사다리 같은 걸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번에 쭉 걸어볼 수 있으면 환상적이겠다.
무리겠지?^^
캠퍼스의 모든 건물에 공중다리를 가설한다는 것 꽤 재미있는 발상이긴 하다. ^^
여하튼 오랜만에 캠퍼스를 거닐어 보니 젊음의 생기가 느껴져서 참 좋았다. 귀여운 여대생들도 많았고. ^^
다음엔 우리 모교도 한번 둘러볼까 한다.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게 2007년 5월이었으니까 벌써 꽤 오래 전 일이다.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학생회관에서 동국관이나 90주년 기념 문화관 쪽으로 가려면
지옥의 등산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지라....
강의시간에 늦을 것 같을 때는 뛰어서 오르기도 했었지요...
그래도 캠퍼스에서 자유를 만끽하던 그 때가 그립네요.
점심시간에 근사한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좋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