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코믹만화 "이나중탁구부(行け!稲中卓球部)"의 만화가 후루야 미노루(古谷実)의 최신작품인
"히메아노루(ヒメアノ〜ル)"를 읽었다. 단행본으로 6권 완결의 작품이고 국내 발간 제목은 "낮비"이다.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이나중탁구부와 같은 유쾌한 코믹만화일 거라고 예상했었으나
그렇지만은 않았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엔딩을 취하고 있었다.
목표의식 없이 인생의 고독감과 불안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 가는 20대의 주인공 오카다 스스무(岡田進)라든가
연애경험이 전혀 없는 모태솔로, 아니 정확히는 모태동정으로서 자기합리화의 달인인 30대의 안도 유지(安藤勇次)라든가
이들과 관련되는 여성들 아베 유카(阿部ユカ)와 오다 료코(織田涼子)처럼
물론 작품 속에는 이나중탁구부처럼 유쾌한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일시에 어둡고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모리타 쇼이치(森田正一)라는 변태 미치광이 연쇄살인마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오카다를 주인공으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모리타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작품이 중반부를 넘어서면 주인공은 오카다가 아니라 모리타가 되어 버리는 특이한 구조마저 취하고 있다.
하다못해 결말에선 모리타가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응당한 벌을 받겠지 예상하며
뒤로 갈수록 씁쓸해지는 내용을 참고 읽었으나 결말마저 기대를 저버리고 있었다.
아마존재팬의 서평을 읽어 보니 후루야 미노루의 철학이 느껴진다는 둥
오히려 이런 결말이 현실감 있는 것 아니냐는 둥
예상외로 호평도 많아 독자마다 느끼는 점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이 인간의 어두운 심성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
그의 네 번째 만화인 히미즈(ヒミズ)부터라고 한다.
이후 시가테라(シガテラ), 와니토카게기스(わにとかげぎす)에 이어 이번 히메아노루까지.
이들 작품은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히미즈는 두더쥐의 일종이고, 시가테라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의 일종이고,
와니토카게기스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심해어의 일종이다.
히메아노루는 도마뱀의 일종이라고 한다.
앞으로 작가의 작품이 개그만화로 다시 돌아올지 아니면 계속 시리어스한 내용을 다룰 것인지는
차기작의 제목을 보면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초반부에는 이 지질하고 궁상맞은 캐릭터는 대체 뭐냐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던 안도 유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순수함(?)에 마음이 끌리고 정이 갔던 인물이었다.
그가 디스크 치료를 위해 다닌 수영장의 인스트럭터 오다 료코와의 대화 장면은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포스트 하단에 게재해 보았다.
マンガソムリエ煉獄編 블로그의 히메아노루 리뷰









덧글
이 작가는 변태적인 남성과 그런 남성을 좋아해주는 한층 더 변태같은 여성을 그리는 게 특징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독자들의 잠재적인 환상을 아주 잘 자극해주는 거겠지만서도(...)
현실과는 다른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만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안도같은 남자도 사랑해 주는 여성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독자들이 희망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납득해줄 만한 '낯선' 여자는 현실에는 없을 거야.
즐겁고 의미있는 주말 보내렴. 화이팅! ^----^
운명적인 이성이 언제 어디에서 등장할지 알 수 없다는 게 인생의 난제가 아닐까 싶다.
친구도 즐거운 주말 보내게나. ^^
극중에 제일 비중이 높은 캐릭터들이기도 하고 '보통삶'에 대한 '병' 을 짊어진 설정.
너무 어두운 캐릭터를 등장시킨 탓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