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연극 변태를 관람했다.
극장 이름이 특이한데 불과 음 두 글자를 더하면 남과 여를 상징하는 더욱 재미있는 이름이 되어 버린다.
이런 의미를 담아서 극장명을 지은 것이라면 꽤나 센스 있는 극장주가 아닐까 싶다.

공연관람에 앞서 산너머곱창에서 순대곱창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전에 몇 번 근처를 지났을 때 불이 꺼져 있었기에
자주 찾던 단골집 하나가 또 없어지는구나 싶었는데 영업을 재개하고 있었다.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건재하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이날 저녁을 먹고나서 준짱과 나눈 대화에서 서로의 의견은 일치했다.
수많은 식당과 술집들이 있으니 앞으론 새로운 가게들을 개척해 보자고.
새로운 맛집을 찾아보자는 호기심과 이곳에서 예전의 맛을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최원석 작, 신호 연출의 연극 변태의 공연시간은 2시간이고 3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책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난한 시인 민효석 역에 김은석,
초등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글짓기 강사를 하고 있는 효석의 아내 한소영 역에 이유정,
효석에게 시를 배우는 정육점 주인 오동탁 역에 전수환 씨가 출연한다.
효석과 소영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지식인 커플인 데 반하여
동탁은 대학 문턱에는 가 보지도 못한 무식한 도축업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적, 금전적인 면에서 보자면
효석 부부는 가게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해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동탁은 천만 원이 넘는 월수입에 70평이 넘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부유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지식을 가졌으나 재물을 갖지 못한 자와
재물을 가졌으나 지식을 갖지 못한 자.
동탁이 효석에게 시를 배우면서 이들 간에 교류가 발생하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변화, 즉 변태(變態)를 겪게 된다.
환경의 변화를 견뎌 내지 못하고 도태하는 자,
환경의 변화에 순응하며 변태하는 자,
환경과 다른 이까지도 변화시키며 변태하는 자가 그려진다.
성(性)은 결코 비천한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성(聖)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하기에
작품 속에서 성이 변태를 위한 필수불가결적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변태를 갈망하는 소영이 자신의 젖가슴을 드러내며 효석에게 함께 변태할 것을 갈망하는 장면과
소영이 동탁과의 섹스를 통하여 변태를 향한 욕구를 해소하는 장면은 주목할 만하다.
연극 변태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남기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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