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랑 코르샤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2010년 1월에 첫 내한공연을 가진 이후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


조금 의아했던 것은 이날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건물 밖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거다.
음악당 건물 안의 티켓 창구 벽면에 몇 장 붙어 있는 포스터가 전부였다.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이 단 하루뿐이었다고는 해도
공연 포스터를 로비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아무래도 허전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오인주 씨와의 협연으로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Sonate for violin and piano),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의 사랑의 슬픔(Liebesleid)과 사랑의 기쁨(Liebesfreud),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하바네라 형식의 소품(Piece en forme de Habanera), 집시(Tzigane)가 연주되었다.
2부에서는 영화와 CF 등을 통하여 비교적 귀에 익숙한 음악이
포어스트만 콰르텟과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하단에 첨부한 유튜브의 클립들 이외에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961)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헨리 멘시니(Henry Mancini) 작곡의 문 리버(Moon River),
영화 화양연화(花様年華. 2000)의 삽입곡이자 개그투나잇 더레드의 오프닝곡으로 잘 알려진
우메바야시 시게루(梅林茂) 작곡의 유메지의 테마(夢二のテーマ) 등이 선곡되었다.
*유메지의 테마는 독창적인 미인화를 즐겨 그렸던 일본 화가 타케히사 유메지(竹久夢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유메지(夢二. 1991)에 사용되었던 음악을 원곡의 작곡가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편곡하여 화양연화에서 사용했다.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의 사랑의 테마(Love Theme).
작곡가는 영화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2)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 간발의 차이로).
알 파치노(Al Pacino)와 가브리엘 앤워(Gabrielle Anwar)가 탱고를 추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아르헨티나의 전설적 탱고 가수이자 작곡가인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이
영화 탱고 바(Tango bar. 1935)의 삽입곡으로서 작곡했다.
비발디(Vivaldi)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The Four Seasons) 중 여름 3악장
(Concerto No. 2 in G Minor, Op. 8 RV 315, "L'estate" (Summer): III. Presto).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깊은 감명을 준 연주였다.
이 곡의 연주 후 콘서트홀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의 두 클립처럼 라이브 영상이라면 감동이 배가되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클래식 음악회는 공연의 성격상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존하는 비중이 아무래도 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다른 공연 관람 때와는 달리 넌지시 눈을 감고서 공연자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연극, 뮤지컬 등 장르가 다른 공연뿐 아니라 댄스가수의 콘서트처럼 동일한 음악적 장르의 공연에서는
공연자의 몸짓 하나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런 심리로 배우와 가수를 계속 주시하게 되지만
연주자의 행동반경이 제한적인 연주회와 같은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집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비발디의 사계 여름 3악장은 달랐다.
여름 장마철의 천둥과 번개를 상징하듯 격렬하고 빠른 음악인 만큼 연주자의 손놀림도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로랑 코르샤와 그의 연주를 뒷받침한 포어스트만 콰르텟의 신들린 듯한 바이올린 속주는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경이에 가까운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덧글
고독한 대신 일일이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니 일장일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