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보노스프 - 하코네산의 아련한 추억 2011/12/08 01:47 by 오오카미


마트의 시식코너를 좋아한다. 하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서도.
대형마트의 경우 점심 또는 저녁식사시간에 맞추어 시식코너를 일주하면 
약간은 아쉽지만 한 끼 식사를 해결한 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지난달쯤이었을까. 아마도 이마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식코너에서 소주잔 사이즈의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스프를 건네받았다.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자전거를 달린 탓에 따뜻한 액체를 몸안으로 흡입하고 싶은 욕망이 일던 참이었기에 
여인의 친절한 미소와 함께 내게 건네진 따뜻한 종이컵의 내용물을 입안으로 조금씩 흘려 넣어 보았다.
Wow... Delicious!

종이컵을 건네받고서 으레 그렇듯 발걸음을 옮기다가 맛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어서 시식코너를 향하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일본 아지노모토(味の素)사의 보노스프(VONOスープ)가 놓여 있었다.
그것이 나와 보노스프와의 첫 만남이었다. 



2005년 봄. 토쿄에서 쿄토까지 자전거 여행 중 
4월 22일 오후 5시부터 4월 26일 오전 5시까지 84시간의 궤적. 



저 앞에 보이는 섬이 토쿄(東京) 지상파 방송의 일기예보에서 자주 등장하는 카마쿠라(鎌倉)의 에노시마(江ノ島)다. 

4월 22일 오후 5시에 토쿄를 출발하여 오후 9시에 카와사키(川崎)에 도착했고 
그곳의 비즈니스호텔에서 자전거 여행의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날인 23일 요코하마(横浜)에서 점심을 먹은 후 자전거를 달려서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에 카마쿠라에 닿았다. 

시내의 여러 호텔을 전전하며 잠을 청할 곳을 찾아보았으나 토쿄 근교의 관광지이기 때문일까 빈방이 없었다. 
이것이 한 달간의 자전거 여행 중 둘째 날에 일찌감치 첫 노숙을 경험하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숙소를 잡을 수가 없었기에 카마쿠라의 해안, 흔히 쇼난(湘南)이라 불리는 곳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새우잠을 청해야 했다. 
4월 말이라고는 하나 카마쿠라의 바닷바람은 옷깃을 여미고 몸을 웅크리게 만들 만큼 무척 차가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24일 잠에서 깨어난 후 일본의 고도 중 한 곳인 카마쿠라에 다다른 만큼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순 없기에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카마쿠라의 여러 명소를 방문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은 카마쿠라시 하세(長谷)에 위치한 코토쿠인(高徳院)의 본존불상. 
카마쿠라다이부츠(鎌倉大仏) 또는 하세의 다이부츠(長谷の大仏)라고 불린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카마쿠라를 대표하는 유물이기도 하다.



카마쿠라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사진은 카마쿠라 근해의 섬 에노시마와 본토를 연결하는 에노시마오오하시(江の島大橋), 즉 에노시마의 입구가 되겠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에노시마에 다녀와 볼까 하고 자전거의 기수를 돌리려는데
가뜩이나 끄물끄물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을 청할 곳을 알아보려고 한 시간 이상 돌아다녀 보았으나 대답은 어제와 마찬가지였다.
비를 어디에서 피해야 하나 조금은 초조한 마음이었는데 다행히 해가 진 후 빗방울이 가늘어졌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견디며 다시 하룻밤을 지새우기보다는 미지의 길을 향하여 한 발 내딛기로 했다.
그리하여 밤새 자전거를 달렸다.





11시간 가까이 달려서 도착한 곳은 오다와라(小田原)였다.
시각은 오전 5시.

오다와라성은 일본 전국시대 때 가장 커다란 규모의 성 중 하나였다.
전국시대 하극상의 전형적 인물이기도 한 호조 소운(北条早雲)을 시조로 하는 호조가의 거성이었던 곳이다.

천수각 내부를 둘러보고 싶었으나 개장시각인 오전 9시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일렀다.
아쉬운 대로 성의 외곽 주위를 거닐어 본 후 다시 서쪽으로 페달을 밟았다.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함께 했던 파트너. 어여쁜 레이첼.
한국으로 돌아올 때 데려오지 않은 것을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25일 오전 8시. 하코네(箱根)의 문턱에 다다랐다.



하코네는 온천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대표적 관광지인 만큼 숙박비도 도심의 비즈니스호텔보다는 비싼 편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이곳저곳 온천장을 돌아다니며 빈방을 문의해 보았으나 역시나 대부분이 만원이었다.
가격대가 괜찮은 빈방이 남아 있는 숙소를 하나 발견하였으나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과연 온천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시되어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다시 출발함에 앞서서 편의점에 들러 허기를 달랠 겸 과자를 사 먹었는데 생각 외로 맛있었다.
국내에 출시되고 있는 과자로는 사루비아가 유사하다.
참깨스틱(ごまスティック)이라는 105엔짜리 이 과자는 이후 여행을 하며 즐겨 먹는 간식이 되어 버렸다.



당시와는 포장지가 달라졌지만 웹에서 이 과자의 이미지를 찾았기에 게재해 본다. これ、おいしいぞ。



하코네에는 사진처럼 고풍스러운 여관이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서 등정을 시작한 하코네야마(箱根山)는 가도 가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점심 때를 지났을 때쯤 계속 오르막길이던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지는 지점이 등장했다.
하나는 이전처럼 오르막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리막길이었다.
줄곧 오르막길이었는데 갑자기 내리막길이 새롭게 나타나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길을 따라서 내려가 보니 역이 하나 서 있었다.
역의 이름은 소운잔에키(早雲山駅).
이 역은 하코네야마(箱根山)를 오르내리는 하코네등산철도가 경유하는 역임과 동시에
하코네산의 일부가 붕괴하여 생성된 호수 아시노코(芦ノ湖)의 선착장이 있는 토겐다이에키(桃源台駅)까지
왕복하는 케이블카, 하코네로프웨이의 출발역이기도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온천을 개발하는 작업장의 풍경과
지표면에서 솟아오르는 유황 연기를 볼 수가 있다.



일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후지산의 모습을 여행 초반부에는 여러 곳에서 사진에 담을 수가 있었다.




하코네로프웨이에서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친구 준짱이 하코네에 가게 되면 정상에서 온센다마고(온천달걀)를 먹어 보라고 했었기에
케이블카에 탑승할 때만 해도 정상에서 내려서 계란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케이블카가 출발하고 얼마 후 내 앞에 앉아 있던 일본인 모녀가 말을 걸어 왔고
이에 응수하는 와중에 온센다마고가 나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오오와쿠다니에키(大涌谷駅)에서 승객의 대부분이 달걀을 먹기 위해서 내리는 데도
종점까지는 더 가야 하는데 왜들 내리는 거지 하고 의아해 하면서
나는 그 모녀들과 함께 케이블카에 그대로 남아 호숫가에 위치한 토겐다이에키까지 내려가 버리고 만 것이다.

해발 1438m의 하코네산.
이 산을 넘나드는 하코네로프웨이의  4개 역은 다음과 같다.
소운잔에키(767m) - 오오와쿠다니에키(1044m) - 우바코에키(姥子駅. 878m) - 토겐다이에키(740m).



하코네산의 중턱에 위치한 호수 아시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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