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이었던 이날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 주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M씨어터 건물 사이에 있는 계단을 객석 삼아서
야외 특설무대가 설치되었고 무대 위에서는 마술쇼, 판소리, 치어댄스 등이 펼쳐졌다.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공연 시간이 임박했기에 아쉽게도 도중에 자리를 떠야 했다.

물고기 인형들은 세종로라는 강을 힘차게 헤엄치고 있는 듯했다.

이정섭 씨의 공연에 대한 짤막한 소개에 이어서 막이 올랐다.
작품의 배경은 18세기 런던의 사교계.
추문 퍼뜨리기를 인생의 낙으로 삼고 있는 젊은 과부 스니어웰(Sneerwell) 부인과
주위의 평판이 좋지만 실제로는 비열한 바람둥이 조셉(Joseph)이 모여서 무언가를 도모한다.
조셉의 친동생 찰스(Charles)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려서
찰스와 마리아(Maria)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서다.
찰스는 낭비벽이 심해서 조셉과는 달리 주위의 평판이 좋지 않지만 호탕한 성격 탓에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실은 스니어웰 부인도 찰스에게 반해 있다.
찰스에게 일편단심인 마리아는 귀족 피터 티즐(Peter Teazle)경의 후원을 받고 있는 돈 많은 상속녀다.
마리아의 재산에 눈독을 들인 조셉은 그녀와의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자신의 후원자인 피터 경의 허락이 있어야만 결혼이 가능한 마리아는
피터 경이 자신이 좋아하는 찰스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서 전전긍긍이다.
피터 경은 마리아에게 평판이 좋은 조셉과 결혼할 것을 종용한다.
피터 경은 얼마 전에 재혼한 어린 부인의 사치벽 때문에 고민이다.
나이차가 딸뻘 되다 보니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티격태격 말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피터 경의 눈에 들어 시골 처녀에서 귀족의 부인으로 신분 상승한 후 한껏 사치를 누리고 있는
티즐 부인은 파티에서 매너 있게 자신을 대해 주었던 조셉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다.
스니어웰 부인과 조셉은 각각 찰스와 마리아를 차지하기 위하여
찰스가 티즐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을 퍼트리는데 성공한다.
한편 인도로 건너가 부를 일군 올리버(Oliver) 경이 십수 년 만에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는 조셉과 찰스의 백부이자 후원자로서 인도에 있으면서도 조카들에게 경제적 후원을 해 왔었다.
친구 피터 경을 통하여 성장한 조셉과 찰스의 소문을 들은 올리버 경은 그들의 인간 됨됨이를
직접 시험해 볼 심산으로 자신의 얼굴을 잊었을 조카들에게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다...
추문(醜聞)이란 추잡하고 좋지 못한 소문이다. 영어로 하면 스캔들 되겠다.
추문패거리는 타인의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즐거워하는 위선자들의
그릇된 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코믹 풍자극이었다.
서울시극단 소속 배우들 위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의 연기력과 팀워크는 좋았다.
TV를 통하여 낯이 익은 올리버 경 역의 이정섭 씨와 피터 경 역의 김인수 씨는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 주었다.
마치 하유미 씨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 만든 남기애 씨의 스니어웰 부인 연기와
귀여움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강지은 씨의 티즐 부인 연기가 특히 좋았다.
고전미와 현대미의 조화를 신경 쓴 의상도 괜찮았다.
우리나라 옛 시대에 귀부인들이 머리에 올리던 가채처럼
극 속의 귀부인들은 요란 찬란한 가발을 머리 위에 얹고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마리아의 보라색 유러피안 가발에는 나비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많은 배우가 등장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정통파 희극 추문패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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