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 旅行 관악산(冠岳山) 등산 2011/08/26 16:35 by 오오카미


24일에 관악산을 다녀왔다.
원래는 이날 친구 준짱과 수락산을 등정할 계획이었으나 당일 아침에
준짱의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수락산에 오르는 것은 다음날로 미루게 되었다.
등산을 위하여 꾸려놓은 가방이 나를 메어보지도 않고 그냥 풀어놓을 생각은 아니겠지 하고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서 가방을 둘러메고 이날 오를 산을 인터넷으로 물색해 보았다.

관악산은 서울대입구 쪽에서 많이 올라가는 것 같았으나
과천 쪽에서 올라가는 코스도 괜찮다고 하기에 과천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지하철에 오르기 전에 투표소에 들러서 무상급식 세부시행 관련 찬반투표에 참여했다.
결국은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올 복지포퓰리즘에 반대 입장이고
무엇보다도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야당의 어이없는 구호가 싫었다.
결과적으로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을 개봉해 보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투표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과천정부청사역에서 내려 바라본 청사 건물과 관악산의 모습. 





등산로 입구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어서 입구를 찾느라 애먹었다.
결국 근무 중인 경찰관에게 입구가 어디인지를 물어보고서야 찾을 수 있었다.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 7번 출구로 나온 후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청사 건물 앞에서
좌회전하여 국사편찬위원회, 기술표준원 등 공공기관 건물들의 담장을 따라 1km 정도를 계속 걷다보면
사진과 같은 조그마한 철문이 하나 등장한다. 철문 근처에서도 관악산이란 표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문안으로 들어서서 좁은 길을 200m쯤 전진하면 그제서야 관악산 안내도가 등장한다.
공공기관 건물을 찾아가는 표지판은 도로 곳곳에 있으면서도
등산로 입구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는 것이 내내 의아했다.
이 의문에 대하여 등정 후에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발을 들여놓은 곳은 제2코스였다.
올라갈 때는 2코스, 내려올 때는 1코스를 선택하였으므로
이날 과천에서 관악산 정상 연주대로 접근하는 두 코스는 모두 경험해 본 셈이다. 





등산로 입구에선 용운암 마애승용군 30m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철문을 들어설 때에도 관악산입구라는 표지판은 없었으나 이 과천시 문화유적의 표지판은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거리도 가까우니 본격적인 산행에 오르기 전에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부처님 대신 스님들의 얼굴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특색이라고 한다. 





숲길을 잠깐 걸었을 뿐인데 별안간 바윗길과 스테인레스 난간이 등장했다.
사진의 바윗길 왼편으로는 낭떠러지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가 생각해 보았으나 지나왔던 길에 눈에 띄는 갈림길은 없었던 것 같다.
로프가 걸려있는 난간이 있는 것을 보니
난간 바깥쪽으로 나오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이거나
난간에 의지해서 길을 전진하라는 의미 둘 중의 하나이겠지 싶어서 일단 앞으로 나아갔다. 



파란 하늘 아래로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산등성이의 풍경은
익숙지 않은 바윗길을 걷고 있다는 위태로움마저 잠시 잊게 해준다. 



다시 숲길로 접어들었다.
물이 흘렀을 것 같은 계곡에는 큼지막한 바위가 자연스레 눈길을 끌었다. 



금방이라도 교미를 하려는 듯 날개를 펄럭이며 이리저리 쫓고 쫓기는 검은 나비 한쌍을 보고 있자니
벌건 대낮부터 이것들이 부럽게시리... 하는 생각도 들고. 



고요한 산속을 조용히 울리는 물소리와 함께
발을 담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하는 맑은 계곡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름처럼 크고 널찍한 마당바위의 모습이다. 
바위 양옆으로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로프를 잡고 건너야 할 만큼 계곡에 물이 많이 흐르는 경우도 있는가 보다. 



마당바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본 계곡의 모습.
햇빛을 반사하며 흐르는 계곡수는 평안함을 느끼게 했다. 



다시 이어진 바윗길에 올라 마당바위를 내려다 본 풍경. 



마당바위를 지나서 조금 더 위로 오르니 일명사지에 다다랐다.
현재 남아있는 석조물들은 고려시대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었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도 결코 평탄하지는 않았으나
일명사지 이후로 정상을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난감했다.
사진처럼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길이 어지러이 나 있어서
등산로라기보다는 군인들이 훈련 때 산속의 진지까지 이동하는 전술로를 연상케 했다.

이날 제2코스 관악산 입구에서 출발하여 연주암에 다다를 때까지 내가 가장 많이 읊조렸던 세 문장.
"길이 어디야?",
"이 길 맞어?",
"표지판이 왜 이 모양이야?". 



숲 속의 전술로를 벗어나니 이제는 바위 능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과천정부청사와 과천시를 내려다 보았다.
산행에는 오이가 무척 도움이 된다.
허기를 달래주고 수분 섭취에도 효과 만점이기 때문이다. 









아찔한 바위 능선이 계속되었다.





철탑 아래를 지나기도 했다. 



바위 능선을 고집하며 앞서가는 등산객도 있었지만 
나는 가능하면 바위 위보다는 바위 옆으로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그쪽을 택하기로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바위능선을 접해보면서 산에서 왜 조난을 당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바위 위까지는 간신히 올라갔는데 바윗길을 따라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가 애매하고
그렇다고 바위 아래로 다시 내려올 엄두도 안나는 진퇴양난의 경우에 처하게 된다면
구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바위 능선에서 느꼈던 약간의 공포감과 긴장감을 달래며
두꺼비바위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연주암.
제2코스로 이곳까지 오면서 눈에 띄었던 등산객은 채 열 명이 안되었다.
앞서가는 등산객이 눈에 보이면 그 뒤를 따라가면 되므로 길을 망설이거나 헤맬 염려가 없겠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기에 꽤 마음을 졸이는 등정이었다. 

연주암 경내에 들어서서 요사채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모습을 보니
대체 이 사람들은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만큼
제2코스의 등산길은 고독한 여정이었다.

나는 사람이 많아서 붐비고 시끄러운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주암에 다다라서 숱한 사람들로 붐비는 경내의 모습을 접하고는 
안도감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은 고려시대의 유물이라고 한다. 



연주암 이전의 제2코스에선 구경할 수 없었던 표지판다운 이정표가 반가웠다. 



저 멀리 관악산기상관측소와 연주대의 모습이 보인다.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를 향하여 발을 내딛는다.
연주암에서 연주대까지는
제2코스를 올라오며 접했던 전술로와 바위 능선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계단길이었다. 





연주대의 풍경을 잘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연주대의 모습이 장관이다. 



연주대에서 내려다본 연주암과 전망대의 모습.
좌측으로 보이는 것이 연주암이고 우측으로 보이는 것이 전망대다.
전망대는 계단길 바깥쪽으로 허공 위에 조성한 것이기에 전망대 바로 아래는 낭떠러지다.
토쿄타워 전망대에 있는 것처럼 이곳 전망대 바닥에도 한 면의 길이가 50cm 정도 되는 
정사각형의 유리가 설치되어 있어서 발 아래 절벽을 실감할 수 있게끔 꾸며져 있었지만 
유리 상태가 깨끗하지 않아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공포감을 맛볼 수는 없었다. 



해발 629m의 관악산 정상.



건물의 높이 때문에 실제로는 관악산 정상보다 더 높은 해발을 기록할 것 같은 관악산기상관측소는
1층의 홍보관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었다.
그래서 잠깐 들러보았다가 기상관측소 철제계단 위에서 관악산 정상과 연주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다시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주대의 절경. 



하산길은 제1코스를 선택했다.
사진처럼 길이 널따랗고 오가는 등산객의 수가 많아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산행에서 체험하는 가장 커다란 애로점이 바로 물이다.
수분 섭취를 위한 물이든, 땀을 씻기 위한 물이든 말이다.
그래서 등산로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약수터나 화장실은 하산길에 특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제1코스는 4호선 과천역 7번 출구를 이용하면 된다.
과천정부청사역의 제2코스와 달리 입구를 안내하는 방향 안내도 잘 되어 있다.
1코스는 2코스에 비하면 훨씬 안전한 산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제2코스 쪽에 안내 표지판이 없었던 것은 그만큼 위험하오니 이용을 삼가해주길 바란다는 배려였던 걸까.

오전 9시 반에 등정을 시작하여 오후 2시 반에 하산을 끝냈으니 5시간이 소요되었다.



덧글

  • 준짱 2011/08/26 17:16 # 삭제 답글

    난 얼마 전에 서울대에서 올라가서 과천 제1코스로 내려왔는데, 양쪽 다 아주 수월한 코스여서 싱거운 산행이었는데.ㅎㅎ
    더운 날씨에 길까지 헤매면 정말 힘들지. 고생했겠다.

    근데, 마애승용군이란 조각 재미있네. 웃는 얼굴이 아주 친근해.^^
  • 오오카미 2011/08/26 19:19 #

    너는 암벽 타는 것 좋아하니까 다음엔 과천 제2코스로 산행해보면
    관악산이 조금은 더 다른 이미지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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