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 旅行 도봉산(道峰山) 등산 2011/06/18 22:36 by 오오카미


날씨 좋은 주말에 도봉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불현듯 산에 오르고 싶어진 건 등산을 통하여 전신의 땀을 한 번 쫙 빼고 나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호선 도봉산역에서 내린 후 역사 밖으로 나와 보니 길 건너편의 창포원이 눈에 띄었다.
연못 위의 연꽃을 구경하다가 오랜만에 소금쟁이를 관찰할 수도 있었고
나비와 벌들이 노니는 창포를 배경으로 셀카도 찍어 보았다.
아늑한 분위기의 공원을 거닐며 등산하기 전에 마음을 차분하게 달랠 수 있었다.
창포원을 뒤로 하고 오전 9시에 도봉산 등정을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산의 입구를 찾아가는 방법은 의외로 손쉬웠다.
앞서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었으니까.
등산 관련 용품과 먹을거리를 파는 점포들이 도봉산역에서 산의 입구까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도봉산 입구 바로 앞에는 도봉산의 지도와 주요 코스의 등하산 거리와 시간이 소개되어 있었다.
따로 코스를 생각하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일단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가 보기로 했다.
오늘 등산은 결과적으로는 신선대까지 왕복하는 코스였다.
도봉산 입구.
입구에는 방문객 수를 자동으로 체크하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듯했다.

입구에서 수 백 미터 올라가면 우측에 약수터가 하나 나오는데
이 약수터가 정상까지의 코스에 존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물 공급처라는 것은 정상에 오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물을 보충할 분들은 반드시 이곳에서 물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곳이 도봉산의 입구임을 알리는 도봉동문이라는 바위 위의 글씨는
조선 후기 노론의 대표로 잘 알려진 우암 송시열의 친필이라고 한다.
대체 사람들은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했던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는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Because it's there)"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지만,
힘들게 올라갔다 다시 내려올 걸 왜 올라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걸음이 무척 빠른 편인데 산을 오를 때에도 이것은 다르지 않았다.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오르막길을 오르는 속도에는 저절로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신선대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하여 상의를 탈의하고 돌 위에 걸터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따로 물을 챙겨오지 않은 경솔함을 자책하며 입구 밖의 편의점에서 구입했던 우유속에마끼아또로 갈증을 달랬다.
이마저 없었다면 정상까지의 등정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도봉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점차 가파라지고 있었다.
신선대 정상 부근에서는 난간을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험준한 등산로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라도 여자친구 데리고 오기에는 적합한 장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발 725m의 신선대가 북한산 도봉지구의 등반 가능한 최고봉임을 알리는 표지판.
도봉산 신선대 정상에서의 셀카.
도봉산 등정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나 정상에서 내려다본 험준하면서도 수려한 산의 경관은 역시 아름다웠다. 
이러한 기분을 만끽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것일까?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왜 산에 오르는지.
우리네 인생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하산하다가 올려다본 신선대의 모습.
등산이 힘들었던 만큼 하산도 결코 녹록지 않았다. 
계속되어 온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하여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약수터에 다다르고 싶다는 일념으로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약수터에 도착한 후 바가지로 약수를 받아 몇 번이나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며 그동안의 갈증을 풀었다.
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광륜사에서는 점심시간에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대접하고 있었다.
염치없지만 국수를 두 그릇이나 대접받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더울 때에는 시원한 물냉면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의외로 뜨거운 국수로도 더위를 식힐 수가 있었다.

P.S. 창포원에서 촬영한 도봉산 등정 이전과 이후의 복장의 변화
before 등산
after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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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준짱 2011/06/19 09:31 # 삭제 답글

    아니 왠 바람이 불어 그리 싫다던 산엘 다 갔다냐?
    근데 덥지 않던? 6월이라지만 30도를 넘어서는 이런 날씨에 9시부터 산에 오르면 거의 죽음이었을텐데?^^

    산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오는 행위 자체가 약간 미스라고 생각은 하지만, 신선대 같은 코스는 도리어 도움이 될 수 있다.
    손 잡아주고 끌어주고 하는 자연스런 스킨쉽을 통해 친밀감이 급상승하지 않겠냐? 물론 여친이 산을 좋아하는 경우만.^^

    등산을 잘 안하다보니 물이나 음식 준비가 좀 부족했구나. 혹 한 번 더 갈 생각 있으면 6월 중에 나랑 함 가자꾸나.
    그 대신 새벽에 출발이다.ㅎㅎㅎ
  • 오오카미 2011/06/19 11:15 #

    내가 더위와 추위에 모두 강한 전천후형이잖냐. ^^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 그야말로 퍼지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너한테 같이 가자고 전화해 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일단은 너무 오랜만에 산을 찾는 거라서 혼자서 한 번 탐방해 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7월부턴 주말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르니
    그럼 다음주 주말 쯤 코스가 수월한 수락산같은 산으로 같이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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