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길삼봉뎐 2009/11/01 05:24 by 오오카미

10월의 마지막날에 연극 "길삼봉뎐"을 관람하러 남산예술센터에 다녀왔다.
지하철을 타러 갈 때에는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명동역에서 하차한 후 지상으로 올라오니 비는 그쳐 있었다.

남산예술센터는 작년 11월에 연극 "고곤의 선물"을 관람하러 찾은 이후로 근 1년만의 방문이다. 
그 때에는 남산드라마센터라는 명칭이었는데 올해 6월에 리모델링 후 극장명을 바꾸고 새롭게 개관했다. 
 공연장 내부는 무대와 객석 모두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규모가 커진 듯했고 객석의 의자도 새롭게 교체된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서울시 정책의 하나로서
남산예술센터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6개의 공연장이 추가로 개관될 예정이라고 한다.
극장 입구의 우측에 위치한 동랑 유치진 선생의 동상은 그대로 있었다.

월간 한국연극 2007년 10월호 기획기사에는 국내 최초의 현대식 극장이라 할 수 있는 
남산드라마센터 건립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실려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국의 재건을 돕고자 시찰을 왔던 록펠러 재단은 연극 분야를 지원하고자 결정했고 
이를 위해 당시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유치진 선생과 이해랑 선생을 미국으로 견학오게 했다고 한다.
견학 후에 유치진 선생이 연극을 상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극장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이에 록펠러 재단의 후원금과 정부의 보조금 등의 지원을 받아서 남산드라마센터가 건립되게 되었다고 한다.
선조와 7명의 길삼봉. 
최영경의 제자 갈윽과 고통받는 민초들.
기생 매향과 송강 정철.

연극 길삼봉뎐은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처음 이 작품의 타이틀을 접했을 때 봉뎐이라는 사람을 길쌈하는 건가 하고 
보쌈과 길쌈이라는 단어까지 혼동하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했었다.
제목 길삼봉뎐은 길삼봉전을 옛스럽게 표기한 것으로 즉 길삼봉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조선 중기 4개의 사화에서 훈구파에게 박해를 당했던 사림파가 선조의 즉위와 함께 득세한 후
사림파 내부에서 대립과 갈등을 보이며 서로간에 다투었던 시기를 당쟁 혹은 붕당이라고 한다.
국사를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조선 중후기의 정치사가 바로 사화와 당쟁이다. 
문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던 이조전랑직의 자리를 놓고서 동인과 서인으로 파가 갈려서 대립하기 시작한 사림들은
정여립의 모반 사건, 즉 기축옥사(1589)를 계기로 정권을 위해서라면 피의 숙청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추태를 보였다.

연극 길삼봉뎐은 정여립이 조직한 대동계가 조선왕조 전복을 꾀한다는 역모설을 내세운 서인 세력들에 의하여
정여립과 연관된 수많은 동인 세력들이 숙청을 당한 사건인 정여립의 모반 사건을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다. 

선조는 모반 사건의 조사를 담당하는 위관으로 정철을 임명했고
정철은 정여립과 연관된 수많은 목숨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는 또한 이 사건의 배후에 길삼봉이라는 핵심인물이 존재한다고 임금에게 고하고
길삼봉을 찾아서 잡아들이기 위하여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을 옥에 가두고 고문한다...

작품의 등장인물은 실존인물로 카리스마와 광기를 동시에 표출하는 임금 선조,
서인의 대표자 송강 정철, 동인의 대표자 아계 이산해, 재야의 저명한 선비 최영경. 
가공인물로 최영경의 제자 갈윽과 임파 형제, 이산해의 질녀 매향이 등장한다.
그리고 극의 분위기를 춤으로 표현하는 7명의 코러스와
악기 연주와 노래를 담당하는 연주자들이 출연한다.

의상에 있어선 선조의 위엄을 상징이라도 하듯이 공작의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옷자락과
정철을 암살하기 위해서 그를 유혹하는 기생 매향이 가야금을 탈 때 입고 나온 긴 치마가 인상적이었다.
정철이 이 치마폭에 시를 써내려가는 풍류가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다.

내용면에선 정치 하는 사람, 즉 위정자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저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국어 시간에 가사 문학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작품들의 저자라고 배운 문학자 송강 정철이 
피의 숙청을 주도하는 정치인로서의 모습은 일종의 충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최영경을 이용하여 정세를 단번에 역전시키는 이산해의 모습은 치를 떨게 만드는 반전이라고도 할만 했다.

작품의 스토리와 7명의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을 흡인하는 매력이 있었다. 
현대무용과 탈춤을 혼합시킨 듯한 신선하면서도 열정적인 춤으로
작품의 곳곳마다 등장하는 7명의 코러스는 이 연극의 가장 커다란 특징이었다.

작품의 시작과 끝 부분 또한 무척 신선했다.
배우와 코러스는 관객들이 출입하는 객석 출입구에서 등장했고 퇴장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쪽의 배우들 전용 출입구가 아니라 객석의 출입구를 이용한 것은 관객들과 동등한 입장,
즉 배우들도 어려운 시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민초라는 것을 의미하고자 했던 것일까? 
무대에 막 내려온 배우와 코러스들은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연주단의 음악이 시작되자 코러스들은 얼굴에 분칠을 하고
배우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의 색상이 찬란한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
공연이 종료될 때는 반대로 배우들은 색상이 들어간 의상을 벗어버리고 코러스들은 화장을 지웠다.
이러한 의식 역시 위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카리스마와 광기를 함께 간직하고 있는 선조 역의 연기가 좋았고
정철과 이산해, 최영경 역의 무게 있는 연기도 좋았으며 젊음이 느껴지는 가공인물 역의 연기도 좋았다.
코러스들의 춤사위는 난해한 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다른 연극들과 차별화되는 이 연극만의 특화된 부분이기도 한 만큼 그야말로 신선한 느낌이었다.
탈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정여립과 측근들을 연기하거나 7명의 길삼봉을 연기하는 연출효과도 돋보였다.

복사꽃 피니 세상이 끝나네라는 한이 서려 있는 노랫말은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민심을 노래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무거워보이는 주제와는 달리 작품은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어떤 네티즌이 리뷰에서 단 5일간만 상연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2010년에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해외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며 개선공연을 즐겁게 기대해본다.

연극 길삼봉뎐 네이버 카페
연극 길삼봉뎐 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덧글

  • 남산예술센터 2010/05/20 13:34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남산예술센터 네이버 카페 운영진입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카페에 퍼가니 놀러오세요~
    http://cafe.naver.com/nsartscenter.cafe
  • 오오카미 2010/05/21 00:29 #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카페 개설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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