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나생문(羅生門) 2009/10/11 02:49 by 오오카미


쾌청한 10월의 가을 주말 오후에 대학로에서 연극 "나생문(羅生門)"을 관람했다.
2009년 최고의 공연이라고 부제를 첨가할 만큼 너무나도 훌륭한 공연이었다.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대학로의 터줏대감 중 하나인 낙산가든이 있는 골목은 그냥 지나치고
미스터 피자 앞의 골목으로 들어선 후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야구 배팅 연습장을 지나서
왼쪽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연극 나생문의 공연장인 원더스페이스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민가가 위치한 골목길에는 연보랏빛의 들장미가 묘한 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기에 사진에 담아 보았다.





원더스페이스는 1층에 동그라미극장, 3층에 세모극장, 5층에 네모극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극 나생문의 공연장은 1층의 동그라미극장이었다.
한편 5층의 네모극장에선 현재 대학로 연극가에 매진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극 "논쟁"이 상연 중이었다.
4명의 남녀 배우가 전라로 출연하여 열연하고 있다는 바로 그 작품이다.
예술 표현에 있어서의 노출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외설이라는 고리타분한 단어는 그만 사전에서 삭제해도 좋지 않을까.

일찌감치 도착하여 티켓팅을 하였기에 공연 시작까지 남은 약 한 시간 동안 날씨 좋은 가을의 대학로를 거닐었다.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캬라멜(캐러멜) 마키아토를 테이크아웃하여 달콤함을 홀짝거리면서.



동그라미극장의 로비에는 유아용의 서적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었다. 어린이방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건가?
티켓박스의 우측에는 나생문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TV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벽면에는 공연의 스틸컷과 출연배우들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



티켓팅 후 극장 입구의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스태프 룸에서 나온 예쁘장한 여인이
화장실로 향하면서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자들이야 화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천의 얼굴이 되기 때문에
오늘 공연의 출연 배우였는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여하튼 듣는 이를 경쾌하게 만드는 울림이 있었다.
- 작품 속에서는 노래하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그 노래가 오늘 공연과 관계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



공연은 예정 시각보다 5분 늦게 시작되었다. 인터미션 없이 100여 분의 공연이었다. 
울창한 대나무숲을 연상시키는 잘 꾸며진 무대 배경과 잘 갖추어진 배우들의 의상은 작품의 사실감을 더해 주었다.
오늘 공연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소중한 기념일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즐긴 맛있고 값진 정찬과도 같았다. 

순수소설 신인 작가에게 수여되는 아쿠타가와(芥川)상은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상이다.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를 기리는 상이기도 하다.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 쿠로자와 아키라(黒澤明) 감독은 아쿠타가와의 소설 "덤불 속(藪の中)"의 내용에다가 
그의 대표적 단편소설 "라쇼몬(羅生門)"의 소재를 결부시켜서 1950년에 "라쇼몬"이라는 타이틀의 영화를 만들었다. 
극단 수(秀) 대표 구태환 연출이 이 영화를 각색하여 2003년부터 무대에 올리고 있는 작품이 바로 연극 나생문이다.



오늘의 출연진은 산적 역에 박윤희, 무사 역에 최필립, 부인 역에 박초롱,
가발장수 역에 장원영, 나무꾼 역에 김성철, 스님 역에 유우재 씨였다.

대나무숲 속의 나생문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스님과 나무꾼, 그리고 가발장수는
얼마 전 관아에서 있었던 재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젊은 무사가 대나무숲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에 관한 재판이었다.
사건의 관련자와 목격자 등 4명의 인물들은 재판소에서 각자 서로 다른 진술을 늘어놓았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자기합리화에 의한 진실의 왜곡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자칫 무겁고 진지하게만 여겨질 수 있는 주제를 요소요소에 적절한 해학과 웃음을 가미하여
균형감 넘치고 짜임새 있는 연극으로서 완성도 높게 연출하였다.
한 마디로 잘 만든 연극이다.

작품 속에서 웃음의 키를 쥐고 있는 배우는 가발장수 역의 장원영 씨였다.
한예슬과 장혁 주연의 드라마 "타짜"에서 계동춘 역을 연기했던 바로 그 분이다. 
자연스럽고 맛깔스러운 연기가 어떤 것인가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산적 타조마루 역의 박윤희 씨는 설경구 씨와 이미지가 닮았다.
작년 11월에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관람했던 "고곤의 선물"에서
필립 담슨 역을 연기했던 것을 보았었기에 낯이 익은 배우다.

그리고 무사 부인 역의 박초롱 씨는 이 작품의 꽃이다. 
등장인물들의 서로 다른 증언 속에서 그녀는 절부가 되기도 하고 요부가 되기도 한다.

어제 관람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느낄 수 없었던 파격을 오늘 연극 나생문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대나무숲 속에서 무사 부인이 산적에게 겁탈당하는 장면에서 여배우의 젖가슴이 노출된다. 
이 정사신은 극의 리얼리티를 한층 고조시키는 명장면으로 손꼽고 싶다. 
박초롱 씨의 용기 있는 노출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진실은 분명히 하나뿐일 텐데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며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등장인물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관객은 자연스레 이야기의 흐름 속에 동화되어 버린다.
공연이 끝난 후 기립박수를 치고 싶어질 만큼 멋진 무대였다.
기립해서 박수친다는 것이 아무래도 낯설어서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스탠딩 오베이션이었다.







덧글

  • 준짱 2009/10/11 14:28 # 삭제 답글

    원래 영화 자체가 훌륭하니까, 연극도 수준급일거란 생각이 든다.
    요즘 연극 자주 보는 걸? 부러워~^^
  • 오오카미 2009/10/11 21:56 #

    응. 정말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함께 보러 갈 여자가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
  • 극단 수 2009/10/12 17:43 # 삭제 답글

    박초롱님의 사진이 틀렸네요, 저 분 이 아닌데. 동명이인 다른 배우님의 사진입니다.^^
  • 오오카미 2009/10/12 19:06 #

    음... 그렇습니까...
    확실히 플레이디비의 인물 검색에서 박초롱 씨가 2명이 검색되었고 사진도 서로 다른 것 같아서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만 연극협회 명부에는 1명밖에 검색이 안되었고
    고곤의 선물과 나생문의 연출자가 같은 분이기에 이전 작품의 배우를 기용했다면
    동일인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틀렸군요.
    그럼 고곤의 선물에 출연했던 박초롱 씨와 나생문에 출연하고 있는 박초롱 씨는 서로 다른 인물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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