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환야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1958-)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일본소설 <환야(幻夜)>를 읽었다.
슈에이샤(集英社)에서 간행하는 주간플레이보이(週刊プレイボーイ)에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연재됐고
2004년 1월에 동출판사에서 간행된 단행본은 2010년 10월에 판매부수 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는 2006년에 권일영 번역가의 역으로 출간된 적이 있었는데
올해 3월에 재인 출판사에서 원작자와 동갑내기인 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판되었다.



코베항의 코베신사이메모리얼파크(神戸港震災メモリアルパーク).
코베시에는 한신아와지대지진 재해의 참상을 잊지 않기 위해서 당시의 피해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피해지역의 일부를 일부러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놓은 기념공원이 있다. 

소설 환야의 토대가 되는 주요한 역사적 사건은 한신아와지대지진(阪神淡路大地震)이다.
효고현 남부에 위치한 아카시해협(明石海峡)이 진앙지였기 때문에 효고현남부지진(兵庫県南部地震)이라고도 부르고 
효고현 코베시가 특히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코베대진재(神戸大震災) 등으로도 불린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에 발생한 진도 7.3의 이 대지진으로 인하여
6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20만 채가 넘는 가옥이 반파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소설의 두 남녀 주인공 미즈하라 마사야(水原雅也)와 신카이 미후유(新海美冬)는 한신아와지대지진의 현장에 있었다.
공장의 경영난을 비관하여 자살한 아버지의 장례를 자택에서 조촐하게 치르고 있던 마사야는 지진의 충격에 휩싸인다.
아버지의 관이 놓여 있던 집은 지붕이 붕괴되어 반파되었지만
마사야는 잠시 집 옆의 공장부지에 나와 있었기에 화를 면했다.
그러나 문상을 와서 집 안에서 자고 있던 삼촌이 무너진 지붕에 깔리고 말았다.
삼촌은 죽은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이 있다며 장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사야에게 차용증을 보이며 보험금이 나오는 대로 받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건물 잔해에 깔린 삼촌이 마사야에게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마사야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대신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기왓장을 집어들었다.
기왓장에 맞아서 숨이 끊긴 삼촌의 웃옷 주머니에서 마사야는 차용증을 끄집어냈다.
그런데 이 광경을 집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자가 있었다. 신카이 미후유다.



소설과 영화 등 많은 창작작품 속에서 악인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아름다운 악녀 신카이 미후유가 그렇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는 바람직한 주제에 의하여 악인이 벌을 받는 것으로
훈훈하게 끝을 맺는 작품이 많으면 좋겠으나 최근의 경향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근래에는 미스터리 소설을 이야기할 때 이야미스라는 장르가 언급되기도 한다.
이야미스(イヤミス)는 일본어로 <기분이 찝찝해지는 미스터리 소설(嫌な気分になるミステリー小説)>의
앞글자를 따서 축약한 표현으로 미스터리 소설이나 추리소설 분야에서
다 읽고 난 후 기분이 후련해지거나 산뜻해지는커녕 오히려 착잡해지거나 우울해지는 소설을 일컫는다.
즉 이야미스란 뒷맛이 씁쓸한 미스터리 소설인 셈이다.
히가시노 케이고가 환야보다 앞서 발표했던 그의 대표작 <백야행(白夜行. 1999)>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환야 또한 악인이 시종일관 찬란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야미스라고 할 수 있겠다.



드라마 환야의 여주인공 신카이 미후유 역의 후카다 쿄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2011년에 WOWOW에서 동명의 8부작 드라마를 제작했다.
히로인 신카이 미후유 역에는 후카다 쿄코(深田恭子. 1982-)가 캐스팅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후카쿙(후카다 쿄코의 애칭)보다는
드라마 <화차(火車. 2011)>에서 수수께끼의 여인 역을 연기했던
사사키 노조미(佐々木希. 1988-) 쪽이 신카이 미후유의 분위기에 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여주인공 신카이 미후유는 아름답고 총명하고 야심 많은 여자다.
마사야는 이재민 구호소에서 미후유와 재회했을 때
그녀가 그의 범죄현장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처음에는 미후유에게 접근했지만
지진 당시 재난현장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 건과 관련하여 미후유에게 도움을 받게 된 후
두 사람 모두 의지할 가족이 이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외톨이 신세이고 같은 지진 피해자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미후유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그 자신도 모르는 새 끝없는 나락의 입구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소설에는 일반적으로 그림이나 사진이 삽입되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의 생김새부터 배경이 되는 장소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미지를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게 된다.
소설 환야를 읽으며 특히 궁금했던 이미지는 미후유가 보석점의 일개 판매원에서
주얼리 회사 블루 스노우의 사장으로 탈바꿈하는 터닝포인트가 되는 반지의 디자인이었다.
지면상으로는 보석이 평면적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이제껏 없었던 혁신적인 디자인이라고
묘사하고 있어서 머릿속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상상해 봤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사진과 같은 디자인으로 구체화시켰다.
보석이 어지러이 박혀 있을 뿐 그다지 참신하다거나 예쁜 디자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거나 집안이 잘 되려면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한다는 등의 속담이 있듯이
인간관계 중에서도 남녀관계에서는 어떤 상대방을 만나느냐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미후유를 사랑하게 된 마사야는 그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온갖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소설 백야행과 환야가 여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되고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무척 흡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남주인공이 놓인 처지라고 생각한다.
백야행의 남주 키리하라 료지(桐原亮司)는 여주 카라사와 유키호(唐沢雪穂)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헌신한 반면에
환야의 남주 미즈하라 마사야는 여주 신카이 미후유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그녀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서 마사야가 지금까지 수 년간 미후유에게 이용당했다는 걸 깨닫고서
사랑했던 연인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것과 같은 남녀주인공의 신뢰관계가 깨어지는 불협화음은 백야행에선 등장하지 않는다.



드라마 환야 중 신카이 미후유와 원작에는 없고 드라마에서 추가된 캐릭터
카토의 아내 카토 치사코(加藤千沙子)의 대화 장면.

마사야에게 연민과 환멸을 동시에 느끼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드라마도 시청해 보았는데
여주인공 캐스팅과 반지 디자인도 그랬지만 각색된 드라마의 내용 또한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원작에서 독자들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인물은 소가 타카미치(曽我孝道)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마사야의 경우 지진피해를 악용하여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가 있어서 그의 불행을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신카이 미후유의 아버지가 근무했던 회사의 부하직원이었던 소가는 대지진 사망자 명단에서 옛 상사의 이름을 발견하자
퇴직한 옛 상사가 회사에 남기고 간 물품을 유가족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미후유에게 연락을 해오는 선한 캐릭터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이런 착한 소가를 미후유와 내연관계에 있는 불륜남으로 각색해 버렸다.
그리고 미후유에게서 범죄의 냄새를 맡고서 그녀의 뒤를 몰래 캐는 형사
카토 와타루(加藤亘)에 관해서는 원작에선 그의 개인사에 관해서 전혀 언급이 없으나
드라마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아내에 의해서 어린 딸을 살해당한 남편이라는 우울한 설정을 오리지널로 갖다붙였다.
드라마 환야는 원작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실패한 드라마라고 평가하고 싶다.



환야를 집필할 때 독자들로부터 백야행과 같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 신경을 썼다는 
히가시노 케이고의 인터뷰 기사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백야행과 환야가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인식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유키호와 미후유라는 아름다운 악녀에 의해서 많은 주변인물들의 인생이 파탄난다는 공통점 때문에.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버젓이 악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하는 기색 하나 없이 떵떵거리고 사는 악인들을
뉴스 등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그 자체가 이야미스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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